운동 싫어 다이어터 [초단편 09]
“'미네랄 결핍 증상. 살이 쉽게 찌고 다이어트를 해도 효과가 없어요.' 아, 나 미네랄이 부족한 거였구나. 주문하고…”
20대 때까지만 해도 하루, 이틀 굶으면 깎이던 것이 나의 탱탱한 뱃살이었는데 강산이 바뀌고 앞자리가 바뀌니 초심을 잃었나 보다. 맞아, 옆으로 축 처지는 게 심상치 않아 보였었지. 그때 조심했어야 했는데 자연스럽게 회복이 되던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가르시니아, 풋사과 분말, 체지방 컷팅제, 식욕 억제제… 십 년 간 수많은 제품들을 섭렵해 보았지만 아직 드라마틱한 효과를 선사해 준 제품을 만나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짝 잠깐의 효과를 보이다가도 금세 퍼져가는 지긋한 나의 뱃살은 또 새로운 제품과 신선한 정보로 돌아온다.
“'피로감을 느끼시나요?' 예스. 그래, 지금 내 몸은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인 거야. 이제껏 먹어왔던 것들은 방식이 잘 못 된 거였어. 성분이 흡수가 안 됐으니 별 효과가 없었던 거지.”
아무리 성능 좋고 후기 많은 제품도 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은 다름 아닌 내 몸의 영양소 결핍에서 오는 것이었다.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시급한 건 배송뿐. 결제, 결제. 영양제도 아무거나 살 순 없다. 수용성 미네랄 폭발이라니 무척 매력적인 문구다. 주문 완료.
그사이 그 짧은 점심시간 한 시간 마저도 짬을 내 운동을 해야 개운하다는 운동 중독자 동료가 돌아왔다. 물을 보충하러 정수기로 가다가 정보의 바닷속에서 서핑하던 나를 발견해 다가온다. 지난번 먹어보고 맛이 별로라 나눠줬던 단백질바를 철근같이 씹어대면서 말이다. 그는 내 구매목록을 살펴보더니 여타 다름없이 폭격을 시도한다.
“또 쓸데없는 데 돈 쓰고 있냐? 그럴 돈 있으면 PT를 받아봐. 너 근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니까?”
아니, 그러니까 운동 갈 시간이 없다고…
「꾀병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글감 주제를 받았을 때, 나는 평생의 숙제인 운동을 병합한 다이어트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탄생한 초단편소설이 이번 글이다. 실제로 이 글을 썼던 24년 5월에 미네랄을 보충 해줄 수 있다던 액상형 건강 보조 식품을 구매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SNS 홍보에 낚여 또 돈만 버렸다.
글을 쓰고 제목을 고민하면서 (또) 읽지 않았지만 가지고 있는 책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차용해 왔다. 먹으면 살찌는 초콜릿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 효능이 있는 초콜릿의 이중적인 면모가 이번 글의 이중성을 나타내기 딱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은 나와도 제목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이미 창조되어 있고 여러모로 유명한 작품의 제목에서 차용해 오면 나의 글에 더 멋이 부여될 수 있다. 창작을 꼭 무(無)에서 유(有)로만 할 필요 있을까. 유(有)에서 변주한 유(有)로 나만의 작품으로 승화시키면 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나는 그렇게 나의 글을 완성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