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무기력을 딛고 일어서다 [초단편 12]

by 연서글서


(휘장을 펄럭이며 등장)

안녕들 하신가. 거기 놀란 얼굴들 좀 보게


(주위를 둘러보며 비죽 웃음. 자리를 빼 앉으며 말을 이어감)

죽은 줄 알았던 자가 다시 살아 돌아온 것 같이 놀라는군. 난 그까짓 걸로 죽지 않는다네. 단지 끝도 없이 깊어져 가는 늪을 자력으로 올라오려니 시간이 지체됐을 뿐. 내가 돌아온 것이 기쁘지 아니한가? 이곳은 여전히 그대들을 비추는 조명도 있고 한 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객들도 떠나지 않았군. 아주 좋아, 훌륭해!


(의자를 돌려 앉는다)

그렇다면 이번엔 내 차례로군. 관객들이여 박수를 쳐라, 나를 반겨라!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으며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게 가라앉으며 끝도 없는 아래로 끌고 들어가던 질척하고 아득한 어둠의 늪 속에서 살아 돌아온 나를 반기도록 하라


(옷매무새를 정리한다)

그래 사실 나는 그 늪 속에서 다 벗어난 것이 아님을 인정한다. 이 얼굴에도 이 옷에도 신발 속에도 털어내지 못한 질척한 것들이 나를 자꾸 움직이지 못하게 하지


(두 손을 차례로 잠깐 쳐다봄)

털어내려고 할수록 이 두 손에도 묻고 점점 더 퍼져나가는 것을 인정한다


(한 손을 들어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뻗음)

그러나 계속해서 털어내면 언젠가는 뜨거운 태양이 떠 내 몸을 바싹 말려주어 이 질척이는 것들이 말라비틀어져 가루가 되어 털려나갈 것임을, 하다못해 폭우라도 내려 내 몸에서 씻겨 나가떨어질 것임을 나는 잘 안다


(망토를 휘날리며 한 발 앞으로 나옴)

나는 그때를 기다리다 이 진창을 전부 털고 일어날 것 또한 잘 안다. 그렇게 나는 다시 힘차게 살아갈 것임을 안다. 나는 지금까지처럼 또 앞을 향해 걸어갈 것임을, 안다!


(관중을 둘러보며 말한다)

웅크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여라. 굳었던 뇌도 손가락도 점차 깨어 나 그때를,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움켜쥐려면 의식을 놓아서는 안 된다. 그 순간을 포착해 고약한 늪 속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그때를 손을 뻗어 잡아채자. 그때는 반드시 온다


(눈을 감았다 뜨며 저 멀리 바라보며)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므로.




한참 몸이 좋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가 계속 빠질 수 없었던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였다. 컴백의 글감 주제는 함께 볼 콘텐츠, 영화 《죽인 시인의 사회》 속 명대사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 편의 시가 된다는 것」이었다. 영화 속 가장 유명한 명대사로는 키팅 선생님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 너희들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라."를 뽑을 수 있다. 얽매인 압박에서 벗어나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라는 교훈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는 1990년 명작 영화이다.


글감 주제와 콘텐츠 영화를 보았을 때, 나는 다시 태어난 나를 (모임 복귀도 했겠다) 멋진 부활의 글로 승화하고 싶어서 독백 연극 무대의 주인공의 모습으로 담아낸 글을 써보았다. 이러한 글은 처음 써보기에 형식은 많이 어긋날 수 있겠지만, 나는 나의 이야기를 담아 글을 쓸 뿐 연극 작품 출품을 위한 글이 아니기에 단출하게 진행해 본다. 가끔 이렇게 형식을 벗어난 글쓰기는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처럼 전통과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카르페 디엠(Carpe Diem), 나의 글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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