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규칙성 소설쓰기를 배우다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by 연서글서

매년 서점에서 노벨 문학상 후보 투표 이벤트를 할 때면 '이쯤이면 받을 때 됐다'는 응원글과 함께 빠짐없이 후보로 등록된 무라카미 하루키를 볼 수 있다. 우리 집에는 그의 책이 5권 있다. 《노르웨이의 숲》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내가 끝까지 읽은 책은 뒤의 3권이다. 앞의 두 권은 민음사 세문전(세계문학전집) 도서로 구입했는데 자꾸 읽기를 미루고 있다. 그래도 하루키를 읽었다고 나름 말할 수 있는 건 부산 대연동 문화골목에 위치한 독립 서점 「당신의 책갈피」에서 구매한 '동네 서점 에디션' 표지를 가진 벽돌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미라클 모닝을 통해 완독 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도서 리뷰를 남길 책, 그의 자전적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어느 자기계발도서에서 사용된 인용 문구 덕이었다. 해당 인용 문구의 원본은 아래와 같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도 습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은 생기지 않습니다. (p.150)


기세가 아닌 규칙성으로 써라. 원고지 20매를 환산해 보면 공백 포함 약 4,000자 정도이다. 나는 이제야 매일 2,000자 넘게 쓸 수 있게 되었는데 4,000자 라니! 갈길이 멀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기에 매일 꾸준히 2,000자만 넘기자!라고 한다면 나의 성장은 여기에서 멈출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 첫 번째 신념 '규칙성 : 20매 쓰기'를 모방하기로 다짐해본다. 나도 20매 쓸 수 있다! 아자아자!


그리고 하루키의 소설 쓰기 재능에 대한 '그렇지, 맞지!' 하게 만든 표현력과 규칙성 있게 꾸준히 오랫동안(죽을 때까지)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일, '운동해야 하는데…' 같이 나를 이끈 대목은 이렇다.


❝ 내 안에 원래 소설을 쓰는 재능이 다소나마 있었다고 해도 그건 유전이나 금광 같아서 만일 발굴되지 않았다면 깊고 깊은 땅속에 하염없이 잠들어 있었겠지요.마음먹고 '좋아, 이곳을 파보자'라고 실제로 삽을 들고 파내지 않는다면 땅속에 묻힌 채 영원히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p.196)


의지를 최대한 강고하게 할 것, 또한 동시에 그 의지의 본거지인 신체를 최대한 건강하게, 최대한 튼튼하게, 최대한 지장 없는 상태로 정비하고 유지할 것 - 그것은 곧 당신의 삶의 방식 그 자체의 퀄리티를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위로 끌어올리는 일 (p.200)


상상력이 풍부한 나에게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전과 금광 같은 대박! 소설들이 많이 묻혀있을 것이다. 그 깊이가 얕든 깊든 일단 삽을 들고 파보아야 안다. 쓰지도 않고 미리 재면서 '안될 거야'라고 해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원히 땅속에 묻힌 채 나는 소설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확신한다. 내 안에는 많은 유전과 금광이 묻혀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하루에 4,000자씩 파보자. 그리고 발굴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함 돼 보자!


그렇게 되기 위해서 놓고 있는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루 1시간씩 내가 좋아하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 본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염증이 우울함을 일으킨다고 한다. 살도 많이 찐 나는 몸이 어딘가 안 좋다 하면 즉시 염증 수치가 확 올라간다. 그렇게 또 우울함이 덮쳐오면 하루키를 본받고자 하는 규칙성이 어긋날 수 있다. 염증 완화에 유산소 운동, 달리기가 좋다고 얼핏 들은 기억이 있다. 고로 나는 달려야 산다,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 두 번째 신념 '좋아, 이곳을 파보자' 그리고 세 번째 신념 '의지와 신체를 정비하고 유지하기'를 따라 하자.


자고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다작한, 롱 런 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 팬덤을 가지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 규칙성을 모방해 보면 천재가 아닌 범재인 나도 레벌 업 하고 오랫동안 꾸준히 나만의 글을 창조해 낼 줄 아는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도 할 수 있다고! 나도 쓸 수 있다고!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발췌 ; 많은 공감을 하고 나 또한 글쓰기에 노력하고 있는 포인트!



❝ 짧은 문장을 조합하는 리듬감, 번거롭게 배배 꼬지 않는 솔직한 말투, 자신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적확한 묘사. 그러면서도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일부러 쓰지 않고 깊숙이 감춰둔 듯한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 (p.51)


❝ 오히려 불필요한 수식을 배제한 '뉴트럴한neutral'. 나만의 자연스러운 음색으로 소설을 '말하는' 것 (p.52)


❝ 창조성이란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 기존의 견해를 타파하고 상상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날갯짓하면서 마음속으로 완전한 세계를 수없이 다시 만들고, 나아가 그것을 항상 비판적인 내적 시선으로 감시하는 것 (p.88)


❝ 재빠른 결론을 추출하는 게 아니라 재료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축적해 나가는 것 …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디테일을 몇 가지 추출해서 그것을 다시 떠올리기 쉬운 형태로 머릿속에 보관 … '어라?' 하는 생각이 드는, 구체적이고도 흥미로운 세부. 가능하면 잘 설명되지 않는 것. … 그런 것들을 채집해서 간단한 라벨(날짜, 장소, 상황) 같은 걸 딱 붙여 머릿속에 보관 … 구체적인 세부의 풍부한 컬렉션 … 온갖 정리 안 된 디테일을 필요에 따라 소설 속에 그대로 조립해 넣으면, 내추럴하고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p.22~125)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자전적 에세이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게 된 이야기와 그의 어릴 시절, 그리고 소설가가 되고서 만난 동시대 소설가들, 그의 이야기를 읽은 팬들 등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중요하게 본 글쓰기, 소설 쓰기에 대한 그의 확고한 신념들에 대해 많은 배움을 받을 수 있었다. 글쓰기에 대해서 다작하고 있고 롱 런하고 있는 소설가에 대해 궁금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해 본다. 스무스하게 막힘 없이 읽히는 책이라서 가볍게 읽기에도, 그러나 무겁게 와닿아 나의 글쓰기 인생에 차용하기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상 『집책광공 사유독서』 첫 번째 책,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대한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읽고 써볼 책은 '생존의 피로를 성장의 즐거움으로 전환하라' 김익한 저자의 《거인의 공부》로 찾아뵐게요. 그럼 다음 주 일요일에 뵐게요! 구독과 라이킷, 팔로우 좋아요♡ 커밍 쑨~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