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알찬 1박 강릉 쓰다:Re 모임

글쓰기 모임의 MT란, 이런 것 [에세이 16]

by 연서글서


대망의 3월 14일 토요일 아침. 전국구로 분포해 있는 회원님들을 만나는 날 아침부터 바지런히 움직여 부전역에서 강릉으로 가는 동해선 KTX-이음 열차를 탔다. 3시간 50분을 달려 도착한 강릉역에는 전날 먼저 도착하신 모임장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부산, 김해, 대전, 충주, 서울 다양한 지역에 퍼져있는 우리 회원님들을 네모난 디스플레이 상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귀한 날, 아쉽게도 사정이 있어 끝내 참석 못한 두 분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의 회원님들이 모여 쓰다:Re 모임의 2026년 MT가 강릉에서 시작되었다.


글쓰기 모임답게 우리는 가장 먼저 강릉역 근처에 있는 책방에 들렸다. 1층 무인 서점에서는 날짜별 탄생 블라인드 북을 판매하였다. 이번 달 우리 모임의 콘텐츠는 애니메이션 영화 웹툰 원작의 《연의 편지》와 그 속에서 뽑아낸 글감 「보물찾기」이다. 우리는 숙소에 가면 각자 선물할 포장된 책을 숨겨 보물 찾기를 하기에 숨길 책을 가지고 오지 못한 회원님께서는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3월 14일 탄생한 책은 무엇일까.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카페에 갔다. 카페에는 스프링 노트와 색연필이 있었다. 노트를 돌려가며 얼굴 그리기도 하고 제시어를 맞춰보는 그림 그리기, 빙고도 하며 카페에서도 알찬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였다. 식사와 디저트까지 가득 즐긴 우리는 배를 꺼트리기 위해 경포대로 향했다. 차를 가지고 와주신 회원님 덕에 우리의 이동은 아주 편했고 발걸음이 가벼웠다. 경포대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 체크인 시간에 맞춰 다시 한번 차로 이동하였다. 숙소에 들려 짐을 놔두고 마트에서 장을 봐야 하기에 서둘렀다.


기획된 레크리에이션이 많았던 우리에게는 요리 대결도 존재하였다. 요리 대결에 사용할 재료들과 술, 과자 이것저것 구매하고 다시 숙소로 컴백했다. 본격적인 일정의 시작이다. 도착하고 먼저 돌아가며 책을 숨겼고 다 함께 영화를 보았다. 콘텐츠 《연의 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처·첩의 대통합'이라는 기상천외한 감상에 빵 터졌다. 과연 호연이의 선택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현장감 산 모임은 온라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 한가득하였다. 콘텐츠 감상이 끝난 후 글감 주제에 맞춰 쓴 우리의 이야기들에 대한 감상과 작가의 말이 이어졌다. 갈수록 분량이 길어지는 우리 글쓰기 모임. 이 날의 나의 글은 내일 오전 8시 브런치에 공개가 될 것이다.


콘텐츠와 글 사이, 생각도 못한 보물 찾기는 시작되었다. 빠르게 난방이 돌지 않아 추웠던 회원님께서 "여기 불 좀 때우면 안 될까요?" 하곤 벽난로를 가리켰다. 그 속 화구에 탈 운명일 뻔한 책이 숨겨져 있었다. 생각도 못한 보물 찾기의 시작이 되어 자연스럽게 모두 숨겨진 책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런 돌발성 이벤트는 오프라인 모임의 꿀잼 묘미이다. 각자 숨긴 책을 찾으면 이제 그 책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다양한 책들이 나왔다. 우선 탈 뻔했던 책은 3월 14일에 탄생한 책, 위의 블라인드 북인 『메밀꽃 필 무렵』이었고, 『스토너』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을 때,』 『오역하는 말들』 이렇게 다양한 책들이 나왔다.


배달된 음식이 도착하고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졌다. 그리고 무인서점에서 구매한 아이스브레이킹 게임 하기 좋은 질문 카드를 구매한 모임장님 덕에 진대(진지한 대화)도 눈물 쏙 빼는 재미로 이어졌다. 각자의 가치관이 섞인 진대의 이야기 꽃다발이 완성되었을 때에도 우리의 오디오는 절대 비지 않는 이 알찬 모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새벽 3시 반까지 우리의 이야기들은 노래가 되었다.


다음 날 기상한 아침부터도 끝나지 않은 우리의 레크리에이션은 요리대결로 다시 불이 붙었다. 계란 바나나 팬빵, 토마토 해장국, 요리왕 비룡도 울고 갈 황금 계란 볶음밥까지 이렇게 건강한 아침 식사를 한 MT는 처음이었다. 가장 맛있었던 요리는 15분 이상 볶고 볶은 웍을 휙휙 돌려 정성껏 만들어주신 황금 계란 볶음밥이었다. 아침 식사를 끝낸 우리는 숙소를 정리하고 다음 일정으로 향했다. 강릉에 왔다면 안 먹을 수 없는 순두부 젤라또를 맛있게 먹고 김민섭 작가 독립서점 '당신의 강릉'에 들렸다. 이곳 책방지기와 인연이 있는 회원님이 계시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글을 써 건물까지 구매한 작가님의 기운을 얻고 싶기도 하여 작가님의 책 『대리사회』를 구매해 보았다. 나도 이런 꿈의 공간을 다짐하며….


우리는 못다 한 마지막 레크리에이션을 이곳에서 진행하였다. 그것은 아주 글쓰기 모임 다운 활동, '릴레이 소설 쓰기'이다. 여러 시작 문장을 모은 다음 각자 마음에 드는 첫 문장을 선택하고 5분 간격으로(5분이 꽤 길어 중간부터는 3분으로 줄였다) 종이를 돌렸다. 생각보다 다들 글을 이어 쓰는데 막힘이 없었다. 역시 다년차 글쓰기 모임의 회원들 다웠다. 나의 글은 이렇게 완성이 되었다.


눈 떠보니 모두가 일어나 있었다.


이게 웬일? 잠깐의 정전 시간은 고작 1초밖에 안 되는 일인데 여기 모인 49명의 사람들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멍하니 일어서 서있다. 지금 나만이 1초 전과 같은 자세로 앉아 있을 뿐이다. 심지어 내 친구 K 씨 마저 눈빛이 죽은 상태로 멍하니 서 있다. "야… 너 왜 이래? 갑자기 왜…?" 헙. 나는 입을 막았다. 눈


빛이 붉은 도깨비 하나가 안광을 부라리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늦… 었… 잖… 아…" 손오공이 착용했던 긴고아(緊箍兒)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두통이 미친 듯이 찾아왔다.


"눈치… 게임… 네가 술래"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춤거리자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눈빛이 붉은 도깨비가 말을 읊조리며 다가왔다. "내 어깨를 봐… 탈골" 탈골이라는 단어에 맞춰 어깨를 뽑는 도깨비. "탈골… 탈골…" 자신의 팔을 뽑고 옆 사람의 팔을 잡았을 때, "에브리바디 홍삼"을


외쳐야 하는데 한 도깨비가 그걸 놓쳤다. 그 순간 공간이 붉은색 등으로 점멸하면서 탕 하고 총소리가 났다. 탈락. 탈락입니다. 이제 네 차례야. 옆에 있는 도깨비가 씨익 웃었다.


모두가 빵 터졌다. 맙소사! 눈치게임, 탈골, 홍삼, 갑분 오징어게임이 되어버린 나의 글. 정말 완벽한 서사를 갖췄다. 이 즐겁고 유쾌한 회원들이 모인 글쓰기 모임 '쓰다:Re'는 언제나 여러분을 향해 활짝 문이 열려있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아무것도 모르는 익명의 얼굴만 있는 작가들이 매월 1회 일요일마다 모여 콘텐츠와 창작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의 브런치북 『다시 문학, 다시 글쓰기』는 모임에서 활동하며 쓴 글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글쓰기 모임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상시 회원 모집 중이니 문의 준다면 친절한 답변을 드리겠다. 절찬 회원 모집 중!


마지막 일정이 끝나고 회원님들과 헤어진 후 다시 강릉에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오는 길 이번 MT를 복기하며 글을 쓴다. 글은 다 쓰이지 못했다. 3시간 수면의 후유증으로 내려오는 기차에서는 한숨 잠을 자며 열정 다했던 체력을 다시 회복해야만 했다. 못 다 쓴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아이고, 오전 8시 발행 됐어야 했던 이 글은 많이 늦어졌다. 오늘 새벽부터 본문을 쓰기 시작했지만 출근 시간까지 끝내지 못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많이 피곤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약속된 제시간에 발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히히)


이어지는 글쓰기. 함께하는 글쓰기. 글을 쓰며 나는 더욱 행복으로 둘러싼 단단한 갑옷을 입는다. 나를 견고하게 다져주는 글쓰기를 힘든 시기를 겪는, 겪을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이 어렵지 않게 즐겨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모두 한층 성숙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월, 화, 목, 금 연재
이전 04화뷰B티풀 러L브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