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한껏 끌어올리고!

유쾌한 직장인의 노동 이후의 시간 [초단편 16]

by 연서글서


고된 노동을 끝내고 맞이하는 휴일은 덧없이 소중하다. 창밖의 해 질 녘 하늘을 첨가하면 이는 금싸라기와도 같다. 일주일 중 많은 날들은 바깥세상과 이어주는 창을 통해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이 나의 소중한 낮 시간 끝을 알려온다. 밤이 길어질수록 나의 일상의 어둠이 비대해진다. 밝음이란 인위적인 형광등이 쏘아내는 백열색 밖에 없는 그런 일상. 자연의 색이라도 맛보고픈 회사원이란 신분을 가진 이들은 점심, 그 짧은 찰나에 수감자가 산책하듯 회사 건물 사이를 뱅뱅 돌며 낮 시간을 유일하게 맛볼 뿐이다. 허나 이 또한 하늘에 정해진 운명과도 같다. 비가 많이 오거나 자외선이 미쳐 날뛰는 날은 몸이야 안전하겠지만, 창살 없는 자리를 지킬 뿐이다.


퇴근을 부르짖는 노동자는 눈앞의 다양한 색감을 알지 못 한채 마이 홈 만을 애타게 그리운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따르는 그들에게도 주어지는 휴일은 있으니, 휴일만큼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 박혀 피지 못한 허리와 굽은 어깨를 아르르 젖혀주고 다양한 하늘을 지켜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오롯이 가질 수가 있다! 물론 잔업이 없다면 말이다.


"끼야홋~! 휴일이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모처럼 분위기를 내고 싶어졌다. 사회적 감정에 눌러놨던 나의 이 뜨거운 감성을 끌어올리고픈 충동을 막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 휴일을 끝까지 기분 좋게 충족하며 보낼 수 있을까? 친구를 부를까? 하지만 막상 누구 하나 불러 내기엔 본능까지 한수 접혀 형님으로 모시는 사회력이란 능력치 만렙의 나는 그냥 혼자만의 가슴 깊숙한 그런 웅장한 시간을 가지기로 한다. 한마디로 ‘쓸쓸함 한 잔’ 이라고나 할까.


새로 뚫은 혼술 하기 좋은 칵테일 바로 향했다. 낮에는 감성 카페, 저녁부터는 힙한 술집으로 치환되는 곳. 마치 불금의 직장인과 같다고나 할까? 일주일의 무게를 견뎌온 직장인과의 어울림이 이븐 한 이곳에서 나는 오늘 하루를 장식하기로 했다. 하몽이 곁들여진 카나페와 허기진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깔루아밀크를 시켰다. 밤하늘을 깔아오는 석양은 평일 온종일 눈앞을 뒤덮은 백열전구에 혹사당해 온 망막의 아릿함을 덮어온다.


"손님, 주문하신 깔루아밀크 나왔습니다. 깔루아는 멕시코 술이지요. ‘커피의 집‘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어 저희 가게와는 참 잘 어울리는 칵테일입니다. 늦은 저녁에도 커피를 그리우는 많은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있는 저희 가게 대표 메뉴지요."


"예. 지난번 이곳에서 마셨던 이 깔루아밀크가 매번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마스터를 찾아왔습니다. 하하"


가볍게 주고받는 대화는 안주가 되고 오랜만에 느끼는 나의 여유는 점점 붉고 푸름이 뒤섞여가는 하늘을 바라보곤 함께 감상에 젖어간다. 내 눈앞에 놓인 저 하늘의 향이 배인 잔을 치켜든다. 끝나가는 직장인의 휴일과 다가오는 치열한 삶을 향해, 건배―


"그대 눈동자에 치. 얼. 스―"




우리나라의 작가님께서 노벨문학상을 탔던 해, 2024년 11월의 글감 주제 「백열전구」는 한강 작가님 《흰》 속에서 찾아낸 시 한 편이다. 그 달은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님이신 한강 작가님의 시집을 읽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뽑아 글을 써보는 활동을 하였다. 여기에는 한 가지 '앗, 나의 실수'가 존재한다. 바로 나는 모임 당일까지도 글감 주제를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흰》은 콘텐츠 대로 따로 읽고 모이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그전 달 10월의 글감 주제 「포도빛 향기에 취해만 가는데」에 대해 글을 써왔다. 전 달 참가를 하지 못해서 빗어진 실수였다. 그러나 우연찮게도, 내가 쓴 이 소설에 '밝음이란 인위적인 형광등이 쏘아내는 백열색 밖에 없는 그런 일상.'이라는 문구가 있어서 끼워 맞추기 식으로 어찌어찌 통과가 되었다.



한강 작가님의 시집 《흰》 속 「백열전구」의 원문은 블로그에 올려두었다. 멋진 시이다. 이런 시에 이런 글이라니. 웃긴 해프닝에 글 또한 재미를 부여해 유쾌한 작업이 되었다. 어떠한 일을 하면 우연찮게도 맞아떨어지는 일들이 있다. 글을 씀에도 그런 일이 발생될 줄 몰랐다. 즐기는 자에게 행운이 따르는 가 보다.


글쓰기라는 진부해지는 작업을 즐기는 자에게는 행운이 따를 것이라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를 겪어봄에 앞으로도 나는 나의 글을 즐기면서 쓰고 다듬을 것이다. 언젠가 거머쥘 행운을 위해서. 그대들의 글쓰기에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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