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 지구인

나름대로, 초능력! [초단편 18]

by 연서글서


내게는 능력이 하나 있다. 그것도 초능력으로 말이다.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염력인데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 들어 올릴 수 있는 한계는 높이 1cm, 무게 약 300g이 나의 최대치란 점이다. 아무리 갈고닦아 보아도 1cm 보다 더 높이 물체를 띄울 수 없었고 스마트폰 보다 무거운 것은 들어 올릴 수 없었다. 정말 애매하고 하찮은 초능력이었다. 주로 손에 닿지 않는 작고 가벼운 물건들을 질질 끌고 오는데 쓰곤 있다.


이 세계에는 초능력이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나 말고 다른 이들이 초능력을 사용한다거나 초능력에 대한 뉴스가 뜬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마 나처럼 작고 하찮은 초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이 ‘초능력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추론을 하게 된다. 설마 이 넓은 세상에 나만이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 나 또한 정말 우연한 계기로 내가 염력을 가진 것을 알게 됐던 것이다.


나의 첫 염력 발현은 값비싼 신상 아이폰 새 기기를 박스에서 첫 개시할 때였다. 애플 스토어에서 구매 후 설레는 마음에 급하게 박스를 뜯다가 그만 폰을 놓치고 말았다. "안돼!" 하며 급히 손을 뻗었는데 바닥에 떨어져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급하게 주워 든 갓 구매한 새 아이폰은 흠집하나 없이 말끔했다. 처음에는 이번 아이폰 내구성이 무지 뛰어난 줄 알았었다. 그 후 내가 강한 염원을 담아 대상에 집중했을 때 능력이 발휘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 능력을 썼을 때는 좁은 틈에 떨어진 에어팟을 찾을 때였다.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염력의 능력치를 실험해 보아 결괏값을 추출해 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알아보아도 쓸모없는 초능력에 대한 밈만이 인터넷상에 떠돌 뿐 나처럼 실제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모를 실험체로 납치당할까 봐 이 능력을 숨기고 있는 중이라 더 적극적으로 알아볼 수 없었다.


오늘도 한가롭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테이크 아웃해 마시며 길을 걷던 중 멀리서 사람들이 두려움에 찬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인 거지? 놀란 나는 호기심에 도망치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았다. 벌건 대낮 유동 인구 많은 좁은 길거리에서 칼을 마구 휘두르는 남자가 있었다.


"씨이발! 다 죽여버릴 거야!"

이미 남자가 휘두른 칼에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때, 남자의 뒤에 체격 좋은 한 청년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었다. 청년이 칼 든 남자를 뒤에서 치려는 순간 남자는 뒤로 돌아 칼을 휘둘렀다. 청년이 칼에 맞기 전 나는 나도 모르게 염력을 사용했다.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 남자의 악력과 나의 염력이 힘겨루기를 함을 나와 남자는 함께 느꼈다. 남자가 알 수 없는 힘에 당황했을 때 청년은 남자를 덮치는 데 성공하였고 나 또한 남자의 손에서 칼을 떨구는 데 성공하였다.


엎치락뒤치락 청년과 사내가 뒤엉켰고 칼은 남자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남자가 손을 뻗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나는 온 힘을 다 집중해 칼을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청년과 보이지 않는 나의 능력이 합심하여 묻지 마 칼부림을 저지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범죄자 제압에 성공한 용감한 청년을 칭송하였다. 용기 있게 나선 영웅을 서포트한 나는 비록 존재를 들어낼 수 없었지만 나와 체포된 남자 둘은 알고 있다. 기이한 힘으로 인해 범행이 저지된 것을. 자발적으로 용감히 나선 청년처럼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나의 의로웠던 순간이 묻혀도 괜찮았다. 나 스스로 이 일에 대한 뿌듯함을 가지며 나의 하찮은 힘이 더 이상 하찮지가 않음을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때 그 칼의 무게가 300g을 넘긴 것인지 아닌지는 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나는봄 @isee · 방금

000 묻지 마 칼부림 사건 영상 봄?

근데 나만 이상한 거 발견함?

칼이 되게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갔는데?




어떤 소설을 쓸까 고민하다 쓸모없는 초능력을 가진다면 어떠한 초능력을 가지고 싶은가에 대한 밈을 떠올리게 되었다. 소재가 괜찮네 싶었고 내가 선택한 초능력은 염력이었다. 그 염력을 하찮게 만들기 위해서 제한을 두었다. 그리고 이 초능력으로 어떠한 사건을 만들어 낼까 고민하던 중 매번 큰 사건 사고가 날 때마다 나에게 슈퍼 히어로의 능력이 있었다면 저들을 다 구해 냈을 텐데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사람을 구해내는 영웅의 이야기를 써보게 되었다.


아무리 하찮은 능력이라도 꾸준히 갈고닦는다면 굉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온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 이야기 속에서는 비록 초능력으로 나오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초능력처럼 기적을 이뤄낼 재능들을 우리는 못해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 재능을 썩히냐 발휘하냐는 오로지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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