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밥상(가제)

내 새끼 배불리 먹게 하소서 [초단편 20]

by 연서글서


시장에 들른 순애는 제철 맞은 두릅을 보았다. '우리 주아가 두릅을 참 좋아했었지.' 소쿠리에 담긴 두릅과 도라지, 고사리를 구매해 장바구니에 담았다. 두릅과 함께 먹으면 맛있는 피문어도 찾아 구매했다. 어느새 순애의 두 손 한가득 주아를 배불리 먹일 식재료가 가득 담겼다. 오늘 구매한 재료들을 보며 순애는 만족을 띈 미소를 지었다. 뿔뿔이 흩어진 식구 모두 모여 함께 밥 먹을 생각을 하니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졌다.


"주빈 엄마~ 어디 갔다 와?"

"응. 시장에. 주아 먹일 것 좀 사느라고. 두릅이 실하고 좋네. 좀 줄까?"

"아참 이맘때였지? 어디 보자. 오, 좋네. 주아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두릅을 먹게 되네."


한참을 떠들다 순애는 집으로 향한다. 평소에는 주아도 주빈이도 없는 집 안의 적막함이 싫어 터벅터벅 걷던 발걸음이 오늘은 힘찼다. 얼른 들어가 재료를 다듬고 우리 주아, 주빈이 좋아하는 것으로 한상 가득 차려야지. 엄마 곁을 떠나 있는 남매들이 혹시 굶고 와 허기져하면 어쩌나 바삐 움직이는 순애였다.


"엄마, 나 왔어요."

"주빈이 왔니? 어서 들어와 손 씻고. 시장하지? 요깃거리 할 것들 먼저 먹고 있어."


나물을 데치고 문어를 삶고 있을 때 주빈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아들이 배고플까 봐 순애는 빠른 손놀림으로 미리 튀겨 둔 오징어, 고구마튀김과 과일을 깎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손 씻고 편안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은 주빈은 식탁으로 가 포크로 사과를 찍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주빈의 시선은 바쁘게 움직이는 순애를 따라다녔다.


"뭐 도와드릴 거 있어요?"

"아니, 없어. 텔레비전이라도 보면서 쉬고 있어. 오느라 피곤하겠다."

"괜찮은데. 그럼 시킬 것 있음 말씀하셔요."


주빈은 튀김과 과일이 담긴 소반을 들고 거실로 향했다. 적막했던 순애의 집에 티브이 소리가 가득 채워졌다. 순애는 주빈이 잘 쉬고 있나 한 번 쓱 보곤 다시 바삐 손을 놀렸다. 데친 나물을 건져내고 간 맞춘 후 문어가 잘 삶기고 있나 보았다. 미리 만들어둔 국은 다시 데우고 설거지도 틈틈이 했다.


"주빈아, 가서 상 좀 펴봐."

"네. 간단하게?"

"응. 간단하게."


주빈이 상을 피자 순애는 쟁기에 담은 음식들을 차례차례 올렸다. 생선, 고기, 나물, 피문어, 튀김, 등 간단하지 않은 상이 단출한 상 위로 채워졌다. 주빈은 종이에 아버지와 누나 주아의 이름을 쓰고 붙였다. 그렇게 순애의 네 식구가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순애는 홍동백서에 맞춰 음식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주빈을 보았다. 언제 내 새끼가 이렇게 컸을까 순애의 마음이 미어졌다. 주빈이 이렇게 크는 동안 주아는 크지 못한 채 순애의 가슴에 박혀있다. '주아야, 주아야.' 순애는 조용히 주아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여보, 우리 주아랑 같이 잘 찾아왔나요? 우리 주아 편식하지 않게 엄마 음식 많이 먹고 가게 해줘요.' 순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지난번에 이어서 봄철 나물과 3인칭 시점의 소설을 써보기로 했다. 확실히 두 번째 쓰는 3인칭 시점의 소설은 첫 번째보다 편히 써졌다. 이번 글감 주제는 「두릅」으로 정해 썼다.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는 두릅을 생각하니 자숙 문어도 생각났다. 그렇게 이 글이 탄생했다. 죽은 딸아이를 생각하며 두릅과 문어를 삶는 엄마의 모습, 정성껏 차린 음식으로 혹시라도 저승에서 배곯지 않을까 든든히 챙겨 먹고 갔으면 하는 엄마의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써보고 싶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한 번이라도 울컥하는 글이 되었으면 했다. 나도 사람을 울리는 글을 써보고 싶다. 이때까지는 그런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한 번 노려보았다. 역시 눈물 치트키는 '엄마'인 점을 치사하게 가져와 썼는데 아무도 울컥하지 않는다면 민망하게 나 혼자 울컥하기로 한다. 여운이 남고 감성을 찌르는 글을 써보고 싶다. 다음 과제는 울컥! 눈물 빼는 글인가. 쉽지 않네. (그리고 이 글의 제목 짓기도 쉽지 않다. 가제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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