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나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면

by 현 Hyun



3년 전 이 집으로 이사를 왔다. 바람이 불면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거실에 서면 맞은편 집 창문이 보였다. 그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집 바로 위에는 지붕이 있었다. 지붕은 어두운 회색의 얇은 사각 판자로 덮여 있었다. 뾰족한 윗부분에는 파란 플라스틱 천이 씌워져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가 났다.


플라스틱 천 위에 나무덩이가 올려져 있었다.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게 고정시켜 놓았다. 가끔 주말에 다락방창문으로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남자가 창을 열고 밖을 구경했다. 나는 못 본 척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어느 날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창문 아래를 보니 몇 명의 인부가 모여있었다. 그들은 트럭을 몰고 왔다. 건물 앞 주차장에 트럭을 세우고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트럭에 싣고 온 긴 철 구조물을 꺼내 바닥부터 하나씩 쌓아 올렸다. 처음에는 바닥에 지지대를 세웠다. 사람의 키보다 높은 천장을 만들었다. 그 위에 철골 벽을 세우고 계단을 만들었다. 한 층씩 천천히 올라왔다. 거실에 있는 서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더 위로 올라갔다.


얇은 망사 천이 씌어졌다. 구조물이 건물을 덮었다. 건물이 한 겹 이불로 덮인 것처럼 보였다. 망 천이 바람에 파도처럼 큰 움직임을 만들면서 출렁거렸다. 겨울 동안 그들은 거의 오지 않았다. 벽돌과 나무는 한동안 그 자리에 정지해 있었다.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시작하면 창문 너머에 시선이 내 뒤에 있었다. 점심을 먹을 때도, 등뒤에서 내가 무엇을 먹는지 보고 있었다. 낮에 조깅을 하러 나가면 그 사람들이 나를 밑으로 쳐다보았다. 그들은 나의 실루엣만 보고 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조깅을 하고 집이 가까워지면 나는 멀리서 그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낮잠을 잘 때면 소리가 거실까지 들어왔다. 마치 집 안에서 이케아 가구를 조립하는 소리 같았다. 바닥에 누워서 스트레칭을 할 때도 그 소리는 이어졌다. 스트레칭을 하며 내 허리를 돌리면 나는 소리와 그 소리가 부딪쳤다. 빨래를 돌리고 다림질을 할 때도 내가 내는 소리인지 밖에서 나는 소리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내 집으로 길을 만든다. 기다란 철 구조물 두 개의 방향을 내 집 쪽으로 돌려 바닥을 만들고 벽을 만들어 내 집 창문으로 연결시킨다. 그리고 큰 발걸음으로 저벅저벅 걸어서 내 창문을 두드린다. 창문을 열고 흙이 묻은 신발을 신고 들어온다. 물 한 잔만 줄 수 있을까요?




해가지면 그들은 사라졌다. 마치 연장을 버리고 도망간 사람 처럼, 몸만 빠져나갔다.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그들이 다시 왔다. 이번엔 일꾼 중에 여자도 있었다. 여자가 짐을 어깨에 메고 임시로 만든 벽을 타고 올라갔다. 큰 바구니가 달린 지게차도 왔다. 지게차는 무거운 나무 기둥이나 별돌 같은 것 혹은 포대 자루를 쉽게 올려주었다.


나는 소파에 누워서 낮잠을 잤다. 일어나 보니 날은 개어 있었고 그들은 없었다. 긴 철제 사다리가 바닥에서 솟아 지붕까지 닿아 있었다. 빗물이 사다리를 타고 내렸다. 빗물이 흙에 닿아 흙을 녹였다. 흙탕물이 거실 창가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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