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쟤 좀 이상해."라고 말한 너 나와
H의 머리 옆에 작은 두 개의 머리가 더 붙어있다는 걸 발견한 건 언제였을까. 정신과 첫 진료날, 질문들이 빼곡하게 적힌 종이를 받아들고 나니, 첨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언제 이걸 눈치챘더라?
‘출산 방식은 어땠나요?’ ‘몇 kg으로 태어났나요?’ ‘언제 기기 시작했고, 언제부터 걸었나요?’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 간신히 답변을 적어냈다. 그리고 정신과 선생님의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어떤 점이 의심되서 오신 걸까요?” “아이의 생활 루틴이 규칙적이었나요?” "아이가 말이 많은 편인가요?" “운동신경이 좋은가요?” "가족 중에도 비슷한 어른이 있나요?"
첨지는 과거 여행을 시작했다. 음.. 뭐 때문에 의심된 거였더라... 그냥 애를 딱 낳고 나니까 바로 보이던데, 여분의 두 머리가.
기저귀를 갈 때나, 모유 수유를 할 때, H는 세 머리로 가열차게 울어댔다. 그 머리들은 조금만 자유롭게 움직여도 서로 부딪쳐 통증을 느꼈고, H는 아직 아기였던지라 세 개의 머리들을 능숙하게 컨트롤하지 못했다. 그래서 H도, 첨지도 꽤나 터프한 시간을 보냈었다. H는 압도적으로 말이 많았고(입이 세 개니까), 호기심도 넘쳤고(뇌도 세 개니까), 모든 것을 듣고 모든 것에 반응했다. 첨지는 그냥 머리가 한 개뿐인 평범한 엄마라 H의 속도를 쫓아갈 수 없었다.
그런데 첨지 말고는 아무도 H가 케르베로스라는 걸 몰랐다. 심지어 함께 H를 만들고 낳은 남편 L조차도 몰랐다. "애들이 다 저렇게 산만하지 뭐, 첨지 네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니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첨지는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었다. 저 삼두견이 진정 내 눈에만 보인다고? 내 시력이 이상한 거야? 하지만 첨지만 본 것이 아니었다. 가끔씩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 기회가 생기면 반드시 한 명이 첨지에게 와 묻곤 했다. "H는 머리 옆에 달린 저건 뭐예요?"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또래의 눈에는 보였다. 첨지는 그것이 거슬렸다. 친구들을 만날 때면 머리들을 옷 속에 잘 숨기라고 H에게 늘 당부했다. 그래도 지켜지지 않았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가 않았다.
첨지는 갈수록 초조해졌다. 이것을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었다. 첨지가 예민보스인지, H가 케르베로스가 맞는지 끝장을 봐야만 했다. 그래서 정신과에 오게 된 것이다. 첨지는 밤새 작성해둔 a4지 2장을 정신과 의사쌤께 내밀었다. 학교, 학원, 가정에서 평가하는 H의 모습, 정신과에 오게 된 이유, H의 평소 습관, 생활패턴 등등 세부 카테고리를 나름 세세하게 적어둔 H보고서였다. 의사쌤은 약간 놀란 듯 보였다. "어머니... 혹시 파워 J세요..? 이렇게 준비해온 보호자는 처음이에요." 네, 선생님... 어제 새벽 2시까지 작성한 것이랍니다. 첨지는 누군가 알아주는 것 같아 이 와중에 뿌듯했다.
H와 약 20분간 진료를 가진 의사쌤은 확실히 불안이 높아 보인다며 검사를 해봐야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아니, 선생님. 안 보이세요? 머리 옆에 머리가 두 개 더 달려있잖아요. 뭔 검사를 굳이 하셔야겠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정말로 첨지의 눈에만 보였던 것이었다.
2주가 지나고 검사날이 되었다. 병원 사람들은 H를 데려가 장장 3시간 동안 검사를 진행했다. H의 속의 케르베로스가 튀어나와 온몸으로 거부했다. 그래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H는 눈물을 머금고 검사실에서 나왔다. 첨지는 병원을 나와 H에게 햄버거를 사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좀 너무했나...' H는 이미 검사에 대한 모든 것을 잊고 맛있게 햄버거를 먹었다.
검사를 하고도 또 2주 후에 결과가 나왔다. 병원에서는 남편 L을 꼭 데리고 오라고 했다. 의사쌤은 L, H, 첨지가 다소곳이 앉은 것을 확인한 후 천천히 입을 뗐다.
"음... 확실히 케르베로스가 맞네요. 오늘부터, 약 시작할게요."
'내가 맞다고 했지!!!! 머리 두개가 더 달려 있다고 분명히 말했지!!!' 첨지는 쾌재를 불렀다. 그러다가 곧, 슬퍼졌다. 우리 가엾은 H는 앞으로 나머지 두 머리를 숨기고 다녀야 한다. 이 작은 몸으로 알약을 매일매일 먹어야 한다. 그게 뭐가 기뻐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까.
다음 날, 첨지네 아침 식탁에는 작은 알약이 하나 추가되었다. 루틴을 혐오하는 H에게 루틴이 생긴 것이다. 앞으로 우리 집 케르베로스는 이 알약과 함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