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가 사는 집에 미친 7살의 등장이라
오늘도 평화로운 첨지네 집. 남편 L은 새벽같이 일어나 오전 운동 후 거실 청소를 싹 해놓고 출근했다. 첨지는 느즈막히 일어난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들어 집안을 휙 둘러본다. 세탁기가 돌아가고, 식기세척기에 넣기 편하도록 싱크대가 50% 정도 정리되어 있다. 이 광경은 오늘 하루도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라는 남편의 응원 메시지다. 음식쓰레기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모습이 귀엽다. 남편이 너무 완벽해도 부담스러운 법이라 생각하며 나중에 첨지가 치우기로 한다. 샤워를 마치고 산뜻하게 커피를 한잔 내리는 여유도 있다.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50분. 슬슬 아이들을 깨워야 한다는 뜻이다. 첨지의 진짜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오전 8시. 고성이 오간다. 화장실에 누가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누가 씻을 수 없으며, 양치하는 동안 누가 누구의 옷에 물을 튀겨서 못내 분한 것인지. 아주 사소한 것들로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H와 J 둘 다 바쁘다. 두 아이의 머릿속에 등교란 없다. 아침에 엄마가 깨워서 기분이 나쁘고, 하필 눈 뜨자마자 서로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 서로이기 때문에 싸운다. 첨지도 고성에 합세한다. 이것들아 그럴 거면 학교고 나발이고 나가서 살아.
이 평화로운 아침의 주인공은 대체로 H였다. 세 개의 뇌가 모두 깨기 전까진 로딩이 꽤나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샤워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라 준비시간을 모조리 잡아먹었다. 고르고 골라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벗고 갈아입느라 지각 직전까지 갔다. 빵을 먹으라고 식탁에 올리면 그 음식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눈을 꿈뻑였다. 재촉하면 재촉하는 만큼 속도가 더 더뎌졌다. 매일 지각 일보 직전까지 가고, 첨지가 미친년마냥 포효해야 간신히 H는 움직였다. 그러나 고요하진 않았다. 입매가 일그러지며 억울한 자의 멘트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첨지는 결국 흐린 눈을 해야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래서 늘 오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크로 마셨다.
오늘 아침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볼까. 첨지는 고성대신 음악을 선택했다. 유튜브 뮤직에서 <케데헌 ost>를 틀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아이들이 들었을까? 방문을 살짝 열어본다.
“아! 음악 끄라고!” 역시, H는 강하구나. 첨지는 H쪽 침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미 H는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방금 외마디를 외친 건 누구야? 첨지는 마시던 커피를 뱉을 뻔했다.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7살 J가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아직 안 일어났다고! 더 잘 꺼라고! 음악 끄라니까!!”
방금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언제나 깨발랄한 궁디춤만을 보여줬던 J였다. H가 케르베로스의 진면목을 뽐낼 때에도 J는 옆에 앉아 야무지게 빵에 잼을 발라 먹곤 했단 말이다. 그랬던 J가 대체 왜? 아침부터 어미에게 소리를 지르는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첨지는 뇌에 정지가 온 듯 했다.
그 사이 이미 모든 등교 준비를 마치고 오전 알약까지 잘 삼킨 H가 첨지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엄마, J가 지난주부터 저래. 미운 일곱 살이 시작된 것 같아. 아빠가 그러는데 내가 저 나이 때에는 저 정도로 심하진 않았대. 엄마, 얼른 기운 차려. 그럼 나는 이제 나가볼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미친.. J에게 그 시기가 오고야 만 것이다. 독립심이 싹터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에 소리부터 지르고 본다는 마의 일곱 살. 이 사실을 간과했다. 첨지는 이마를 탁 쳤다. H때보다 더 강력하다니.. 이게 진짜일리 없다.. 그러나 저러나, H는 언제 저렇게 혼자서 준비를 다 한 걸까? 그리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도 하지 않았던가? 지금 말이 되는 상황인가?
이제부터 이 집에는 한 마리의 케르베로스와 한 마리의 7살이 산다. 7살이 치고 올라오자, 케르베로스가 젠틀해졌다. 과연 앞으로는 이 판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오전 루틴에 초코쿠키를 추가하자. 차라리 혈당스파이크가 낫지, 제정신으로는 못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