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에 대한 고찰

7살의 발현인가 VS 미니미 케르베로스인가

by 최첨지

약을 먹더니 케르베로스가 달라졌다. 약효가 돌면 어깨 위 머리 두 개가 사라진다. 남들처럼 머리가 하나만 남은 H는, 남들처럼 이야기하고 남들처럼 행동하고 남들처럼 조용하다. 첨지는 그런 H를 보며 절반 정도는 안도하고, 절반 정도는 죄스럽다. 머리가 세 개여도 괜찮은 세계는 없는 걸까, 잠시 상상도 해본다.

하지만 첨지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약효는 언젠가 사라진다는 것. 저녁이 되면 H는 무적의 케르베로스로 돌아온다. 평소처럼 온 집안을 헤집고, 냉장고를 파헤치고, 무작위로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이것저것 두서없이 말한다. 그 모습을 보며 첨지는 역시나 절반은 기함하고, 절반은 안심한다. 우리 H가 돌아왔구나. 그런데 머리가 세 개여도 괜찮은 세계는 없는 것 같다.


여기에 7살 J가 합세했다. 약을 먹고 평화로운 H에게는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대들고, 저녁이 되어 원래 상태로 돌아온 H에게는 매일같이 쥐어 터지며 눈물짓는 J. 본디 J는 그저 궁디만 흔들 뿐 평정심을 유지하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처럼 본인을 불태운다. 첨지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J도 케르베로스인 걸까?


그럴 리가 없다. H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남달랐다. J에게는 그런 희번덕함은 없었던 것이다. 첨지는 J만큼은 평범하리라 확신하며 키웠다. 그도 그럴 것이 J는 남들처럼 먹고, 남들처럼 자고, 남들처럼 일어났다. 머리끼리 서로 부딪치는 일도, 포효하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첨지를 안심시켰던 J가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단 말이다.


첨지는 약효가 최대치인 타이밍에 H에게 물었다. “H야, 네가 봤을 때 J도 너처럼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을까? 검사가 길고 힘들었잖아. J도 그걸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H가 대답한다. “엄마, J는 아직 어려서 그 검사 못 받아. 나도 엄청 힘들었어. J는 절대 안 될 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 검사가 오래 걸리긴 하지. 맞지, 맞지. 첨지는 H에게 동의하면서도 웬지 꺼림칙했다. 머릿속에 뿌연 안개를 확 걷어내고 싶은데, 그러려면 그 검사를 받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느꼈다.


이번에는 남편 L에게 물었다. “요즘 J가 범상치 않은데, 어떻게 생각해?” 한참을 고민하던 L이 어렵게 입을 뗀다. “넌 맨날 H만 뭐라고 하지만 실상은 J가 더 이상한 애야.”L 어깨에 달린 자그마한 머리 세 개 중 하나가 답한다. 전직 케르베로스의 말을 믿어도 되나.. 첨지는 살짝 고민하지만 이내 수긍한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나만 몰랐을 수도 있지.


이런 저런 데이터를 수집하는 와중에 J와 H가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놀랍진 않지만,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은 저 소리. 첨지는 고민은 그만하고 서둘러 중재하기로 한다. 우아하지만 카리스마있게. 엄마의 위엄을 떨치기로 한다. 그리고 입을 연다. “문디 가시나들! 그래 싸울거면 짐 싸서 나가라고 했지!!!” 역시, 카리스마 쩐다. 이러니까 애들이 껌뻑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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