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편이 좋겠어.
H의 메타인지. 그녀가 말을 한다.
"엄마, 나는 누가 나를 짜증나게 하면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고 아무 생각도 안 나. 그냥 그 사람을 말로 상처입히고 싶고, 찢어버려야 겠다는 생각만 들어. 그렇게 하고나서 일이 다 끝나면 그때서야 정신이 돌아와. 아차! 하고 생각해."
그래, 너도 아는구나. 올해로 방년 10세인데, 벌써 알아채서 정말 다행이다. 너 천재니? 아니다, 최첨지가 만재를 낳았구나. 시작이 반이라더니. 이제 너도 발전할 일만 남았다. 풍악을 올려라!
.. 진짜 하고싶은 말은 이거다. H가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것. 이제 10살 남짓한 아이가 감정과 충동성, 그것의 간극을 설명한다. 첨지는 H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 그게 H의 잘못이 아님을 알면서도, 첨지는 매일 똑같은 부분에서 지쳐간다. 하아.. 감성이 솟구친다. 노트북을 켜고 이 순간을 기록해볼까..
생각의 끈을 끊고 H가 또 말을 한다. "야! J! 너 양치하라고 했지! 너 바보야?!"
하지만 너도 양치 아직 안 했잖아.. 메타인지 어디로 갔어...? 오늘의 H는 케르베로스가 아니라 지킬박사와 하이드다. 지킬은 하이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정작 책의 말미에서 통제당하는 것은 지킬이다. H도 마찬가지다. 종국에는 하이드만 남을까, 첨지는 노심초사한다. H 내면의 지킬박사야, 힘을 내줘! 자꾸 하이드를 양성하지 말아줘. 일단 오늘은 풍악 대신 소화전을 꺼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