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본다. 어른을 찾아본다. 저절로 나이 드신 노인은 많은데 어른은 많지 않다. 불쑥 시간이 흘러 나잇값을 못하는 노인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삐딱하게 관찰해본 노인과 어른의 차이를 통해 어른이 되는 길을 생각해 본다.
노인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하며 가르치려고만 한다. 그런 노인들에게 가르침을 받으려는 사람은 없다. 노인은 점점 혼자가 된다.
어른은 배움을 찾아 나선다. 어떤 분야든 자신이 알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주저없이 배움의 문을 두드린다. 어른의 배움터엔 나이를 초월한 열정과 꿈이 존재한다. 나이 어린 선생을 깍듯이 모신다. 겸손이 몸에 배어 있는 어른은 스스로를 존중하게 만든다. 어른의 주변엔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이 모인다.
노인의 욕심은 끝이 없다. 악착같이 채우려고만 한다. 그 욕심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가족마저 혀를 내 두른다. 노인은 생의 마지막이 어떻게 다가오고 펼쳐지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채우려고만 하고 놓지 않으려고 하는 노욕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폭된다. 그 욕심은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버리지 못한다. 노인은 쉽게 잊힌다.
어른은 비움으로 생의 남은 순간을 채운다.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이든 나눠주고 베풀며 살아간다. 혹여나 뒤에 오는 세대가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경험과 지혜를 나눠준다. 자신의 말로 상처받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낮추며 가만히 일러준다.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실천하는 선행은 가까운 사람도 모른다. 어른이 떠난 자리엔 많은 이들의 축복과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인다.
노인은 대접만 받으려 한다. 단지 나이에 따른 대접이다. 어느 자리에서든 윗자리에만 앉으려고 한다. 어떤 경우에든 먼저 하려고만 한다. 스스로 떠받들어지기를 원한다.
어른은 나서지 않는다.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고 힘을 보탠다. 어느 위치에서든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도리를 안다. 있는 듯 없는 듯 함께 한다. 어른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며 존중한다.
노인의 입은 거침이 없다. 말만 많다. 자신이 살아온 세월만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거라 믿는다. 듣고 싶어 하지 않아도 도움이 될 거라며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그 노인 주변에 점점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노인이 외로워지는 이유다.
어른은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어른의 입은 무겁고 깊다. 어른은 행동으로 말한다. 어른은 자신의 모습을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해준다. 어른은 말의 역할과 책임을 무겁게 인식한다.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어른은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는다.
노인의 사고와 관념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사고방식은 지나 온 시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철 지난 이야기만 철없이 늘어놓는다. 낡고 왜곡된 세계관에 쉽게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한다. 옳다는 믿음은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분석과 명확한 사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맹목적 추종과 단순한 논리로 스스로를 가둔다.
어른은 미래에 산다. 누구를 만나든 미래를 이야기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정리한다. 가다듬고 걸러내며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마음가짐으로 삶의 이치와 세상사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보여준다. 현명한 사리판단으로 올곧은 어른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혼돈의 시대에 어른은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
어느 날, 시간이 흘러 그 경계에 들어선다면 노인이 아니라 어른이 되고 싶다. 스스로 인정하는 어른이 아닌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어른.
어른으로 기억되는 삶은 인생의 가장 자랑스러운 훈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