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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청년농부

[농부가 만난 사람들-17]

by 최담

이곳은 한때 인구 11만 명의 영화를 누렸다. 지금은 간신히 3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레 젊은이들은 드물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35%를 넘는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지역 이탈과 고령화는 머지않아 지역 소멸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올 거라는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젊은 세대가 귀한 만큼 지역에 정주하며 결혼을 하고 경제활동까지 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보물이다. 그 보물들 중에 빛나는 청년 농부가 있다.


충근은 농부이면서 인플루언서다. 부모님과 함께 인삼을 주 작물로 사과, 벼, 보리, 고추, 배추 등 여러 품목의 농사를 짓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열심히 농사지으며 그 모습을 영상에 담아 올린다. 이를 통해 농사의 기본과 다양한 재배 방법은 물론 자신만의 비법들을 가감 없이 알렸다. 유튜브의 또 다른 주인공은 어머니다. 농사가 힘들어 은퇴를 고민하셨던 어머니는 충근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주연으로 출연하시며 멋진 케미를 만들어 내셨다. 덩달아 구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조회수도 폭발했다. 운영 중인 '삼남자 인삼농장"채널은 가장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대학에서는 '벤처 창업경영'을 전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농부가 될 생각은 없었다. 본격적으로 농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군 전역 후 틈틈이 아버지 일을 도와 드리면서부터다. 철저히 기본을 지키는 아버지의 농사 철학을 옆에서 보고 배웠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학교 수업을 조정해 가며 주말은 물론 틈나는 대로 집으로 달려와 부모님 일손을 덜어 드렸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은 충근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어떤 일이든 대충 하는 법이 없는 충근에게 농부라는 직업은 새로운 도전과 가치로 다가왔다.

농업을 통해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며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 믿음 뒤엔 농부로서의 원칙과 좋은 먹거리에 대한 신념으로 오랜 세월 한길을 걸어오신 아버지가 계셨다.

사과 밭


충근은 어릴 땐 천방지축이었다. 친구들하고 노는 게 마냥 좋았다. 운동을 좋아해 태권도와 축구를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 운동과 취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을 고려해 꿈을 접었다. 매주 토요일 충근과 함께 축구를 하고 있는 데 아마추어 중 실력은 단연 최고다. 태권도 유단자가 되고 프로게이머의 꿈도 꾸었으나 한계를 느끼며 바로 내려놓았다. 다재다능한 충근은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 농업 활동을 통한 생산과 판매에서 충근의 넘치는 끼와 거침없는 질주는 해가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충근이 농사에 뛰어들면서 아버지는 인삼농사의 규모를 해마다 2~3배씩 키워 나가셨다. 문제는 규모만큼 늘어난 경비였다. 인건비, 관리비, 유지비는 몇 배로 더 들어가는데 인삼 가격은 30년 전보다 더 내려갔다. 아버지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인삼뿐만 아니라 다른 농사도 거침없이 늘려가셨다. 충근의 생각은 달랐다. 내실을 다져가면서 실속 있게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 믿었다. 부자간에 갈등 아닌 갈등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충근은 유튜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인삼 마이스터 과정도 수료하면서 실력과 경험을 축적해 나갔다.

돌아보면 자라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활동들이 청년 농부의 성공을 위한 길에 자양분이 되었다. 어느 것 하나 헛되지 않았음을 살아가면서 체득하고 있다.

인삼밭


충근은 준비된 농부로서 딱 맞는 옷을 입고 날개를 달았다. 풍부한 아이디어에 꾸준함과 성실함까지 갖춘 진짜 농부다. 생산된 농산물은 전량 직거래 판매된다. 요즘은 늘보리 판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아버지는 생산에 집중하시고 충근은 가공과 유통을 전담하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각자의 장점을 살린 분업의 효과가 눈에 띄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남자 인삼농장'은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충근은 3년 전 결혼, 딸 하나를 두었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열심히 참 농부의 길을 가고 있는 충근의 미래는 창창하다.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간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정성으로 가꿔내는 작물처럼 자연스레 오늘을 채우고 내일의 결실을 준비하는 날들이 마냥 좋다.


충근은 농부의 길을 가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며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좋은 먹거리를 널리 알리고 판매하는 일을 통해 농부들에게 도움도 드리고 싶다.

충근의 존재는 생명의 근원인 농업을 살리고 낙후되고 있는 지역을 일으키는 첨병이요 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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