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으로 글을 쓰기?
문득 전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한 글쓰기를 해야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업이 되기 때문에 쓰고 싶지 않은 글감이라도 써야할 때가 올 것이다.
내 글쓰기는 편협하다. 그러니까, 쓰고 싶은 글만 쓸 수 있는데 쓰고 싶은 주제는 매우 협소하다. 좋게 말하면 주제가 구체적인 것이겠지만...
하여간에 나는 글쓰기를 전업으로는 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가하면 본업으로 글을 쓰며 하루종일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결국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이다.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면 내가 쓰고 싶지 않은 글도 써야한다는 단점이 있고, 전업으로 하지 않으면 그만큼 글을 쓰는데 들일 수 있는 시간의 절대량이 줄어든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긴 하다. 혹은 남들이 1년이면 쓸 책을 2-3년에 걸쳐 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이 절충안이 가장 나아보인다.
절충안 또는 도망
어쩌면 글쓰기 자체로는 경쟁이 안되니까 제3의 길로 도망치는 걸지도 모른다. 훌륭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이렇게 잘은 못써, 하는 불안함과 초조함이 든다. 시대는 이미 어중간함을 용납하지 않고 있고, 어중간한 글쓰기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글쓰기도 학문처럼 훈련을 받으면 어느 정도로는 쓸 것이다. 그러나 매일매일이 자신의 뼈를 깎고 살을 파먹는 고통과 긴장과 경쟁의 지옥일 것이다, 라고 직감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훌륭한 글쓰기를 하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했던 것은 법학 공부이고… 다른 사람들이 글쓰기에 품을 쏟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는 동안 나는 멈춰있었고 자폐적인 글쓰기만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당분간 법학과 연계된 글쓰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당분간’을 넘어 더 오랜 시간 동안.
그런 자기 분석과 체념을 했다. 하지만 때로는 체념이 나를 어떤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