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견(短見), 빗물에 흠뻑 젖은 채로 걸어보니
새벽 3시 23분, 이른 하산길에 들어섰습니다. 오늘은 빗줄기가 쏟아져 계획했던 길을 다 걷지 못하고 하산해야만 했습니다. 빗물에 온몸이 젖은 채 집들이 보이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저는 '단견(短見)'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한 치 앞의 발걸음만을 보는 짧은 생각, 그것이 바로 오늘 저의 산행을 결정지은 이유였으니까요.
새벽 산에 오르기 전, 저는 두 가지 단서를 믿었습니다. 일기예보에는 비 소식이 없었고, 간밤에 내린 비로 축축했던 땅은 어느새 말라가고 있었죠. 먹구름이 잔뜩 껴 있었지만, 저는 앞의 두 단서만을 믿고 우산 없이 산을 올랐습니다.
산행 초반,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숲이 우거져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고, 이 비도 곧 그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예상대로 숲속에 들어서니 빗줄기는 잦아들었고, 저는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구나'라며 계속 산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산 중턱에 다다르자, 갑자기 강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뭇잎은 더 이상 우산이 되어주지 못했고 순식간에 온몸이 흠뻑 젖어, 더 이상 산행을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하산을 결정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집들이 있는 동네로 내려오니, 빗줄기는 어느새 잦아들고 멈춰 있었습니다. 저는 이 짧은 산행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수많은 단서를 조합해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만, 종종 틀린 예측으로 인해 흠뻑 젖은 몸처럼 곤란한 상황에 부딪히곤 합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기예보는 그야말로 과거의 데이터를 가지고 지금 이 시간을 예측했던 것이고, 마른 땅바닥은 지나간 비가 그쳐서 현재의 결과로 나타난 과거의 결과였지만 먹구름은 내 눈앞의 현실 이었습니다.
눈 앞의 진실의 크기를 외면한채 그저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일기예보를 통해 판단하니까 눈에 보이는 현재의 먹구름을 외면한 채, 그저 쉽게 일기예보라는 과거의 데이터를 믿었던 것입니다. 쉽계 보이는 몇 가지 사실만을 믿는 짧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이는 단지 과거의 단서만으로 쉽게 모든 것을 판단했던 저의 '단견' 때문은 아닐까요.
오늘의 산행은 아쉽게 끝났지만, 오히려 더 큰 깨달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젖은 몸을 씻고 상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다짐해 봅니다. 오늘 하루는 과거의 단서뿐 아니라, 현재의 단서를 외면하지 말것이며 또한 그 너머에 있는 진실까지도 살피며 좀 더 멀리 보는 삶을 살겠다고.
발바닥으로는 길을 살피고, 제 마음으로는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하루가 되길 바라봅니다.
#발바닥명상 #단견 #새벽산행 #인생성찰 #마음챙김 #비온뒤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