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에서 얻은 새로운 시작의 발걸음
새벽 3시 27분, 천둥 번개가 새벽 산의 고요를 깨뜨립니다. 예보대로 밤새 내리던 비는 산에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더 굵은 줄기가 되어 내 발밑을 적십니다. 축축해진 흙과 돌멩이의 감촉이 발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옵니다. 평소 같았으면 이 느낌을 온전히 즐겼겠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산을 오르는 동안 빗줄기는 점점 강해지고, 이따금씩 섬광이 번쩍이며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춥니다. 번개가 칠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빛과 소리의 속도 차이로 거리를 가늠합니다. 멀리서 시작된 번개가 등 뒤를 거쳐 어느새 바로 앞에서 번쩍일 때,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지은 죄가 많아서일까요. 새벽 산에서 번개는 결코 반가운 손님이 아닙니다. 세상을 잠시 환히 비춰주는 고마운 빛이지만, 한편으로는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평소보다 빠르게 발바닥 명상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어제 저녘 저는 제 삶의 중요한 기록들을 한순간에 지워버렸습니다. 지난 1년간의 흔적들이 제 실수로 모두 사라졌습니다. 삭제 버튼을 누르기 전 경고 메시지가 있었지만, 저는 그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쉽고 허탈한 마음이 크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후련한 마음도 공존합니다. 언제 정리해야 할지 미뤄왔던 숙제가 한 번에 해결된 기분입니다. 마치 번개가 세상의 풍경을 한순간에 보여주고 사라지는 것처럼, 저의 삶의 일부도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마음으로 오늘부터 기록을 다시 쌓아가려 합니다. 예전에 썼던 글과 아이디어들을 기억을 더듬어 하나씩 다시 작성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저는 시작만 하고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것도 시작하고 저것도 시작하며 늘 무언가를 시작하느라 바빴지만, 정작 끝을 맺은 일은 없었습니다.
오늘 번개가 가져온 두려움과 실수로 잃어버린 기록들이 제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이제는 하나를 시작하면, 그 하나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새벽 산길 위 번개처럼 잠시 빛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고 묵묵하게 길을 걷는 것처럼요.
오늘의 발바닥 명상은 제게 '시작보다 중요한 것은 마무리'라는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앞으로 저의 발걸음은 하나를 끝내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그런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발바닥명상 #새벽산책 #번개 #인생교훈 #새로운시작 #마음챙김 #기록의힘 #성찰의시간 #하나씩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