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인연
어제 비와 천둥이 휩쓸고 간 자리, 새벽 3시 31분입니다. 땅에서 피어오른 습기가 뿌연 안개가 되어 길을 감쌉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하산길로 향했습니다. 아무도 깨지 않은것 같은 새벽 어둠 속에도, 숲길 위에는 수많은 거미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산을 걷는 사람에게 거미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는 피해 다닐 수 있지만, 새벽 길목에 드리운 거미줄은 기어코 얼굴에 닿습니다. 얼굴에 묻은 거미줄을 떼어내려 한 손으로 허공을 휘젓다 보면, 때로는 거미줄에 딸려온 거미가 몸에 닿기도 합니다. 오늘도 거미줄을 떼어내다 목덜미에 붙은 거미를 걷어냈습니다.
작은 해프닝이었지만, 이 순간 문득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나의 삶에 연결되는 인연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치 이 산의 나무들처럼 말입니다. 어떤 나무는 새가 물어다 준 씨앗으로 산 정상에서 홀로 자라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열매가 떨어진 바로 옆에서 군락을 이루며 살아갑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해도, 땅속 깊은 곳에서는 모두 뿌리를 맞대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그러합니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겉으로는 다정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인연이 있고, 겉으로는 무심해 보여도 뿌리가 깊이 연결된 인연이 있습니다. 뿌리가 맞닿아 있다고 해서 모두 좋은 인연은 아닐 것입니다. 척박한 땅에서 서로 영양분을 빼앗기 위해 경쟁하듯, 우리의 삶 또한 때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얽히고설키며 이어집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우리의 인연들이 모여 삶을, 그리고 우주를 이루어 간다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또 어떤 인연들과 마주하게 될까요.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고, 그 오늘과 내일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나의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닌, 삶의 여정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깊은 인연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모든 인연이 결국 나의 삶을 완성하는 소중한 숲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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