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 마음의 탑을 세우다

정암사에서 만난 가족,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

by 최동철

어제 아침 함백산 만항재로 향하는 길, 잠시 들른 정암사에서 나의 발 명상은 잠시 멈추고 대신 마음의 눈을 떴습니다. 수능 100일 기도가 한창인 경내에서 모두가 본당을 향할 때, 나의 시선은 조용히 빛나고 있는 수마노탑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하나의 작은 우주를 만났습니다.


탑 아래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엄마, 그 옆에서 묵묵히 절하는 아빠, 그리고 해맑게 탑 주위를 돌며 장난치는 두 아들. 그 가족의 모습은 마치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탑의 역사처럼, 보이지 않는 견고함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늘 자식에게 지극정성이셨던, 당신들의 삶을 온전히 내어주셨던 사랑. 가족은 바로 그 부모님의 정성과 희생으로 이루어진다는 깨달음이 발끝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이 탑의 역사도 그러했습니다. 자장율사가 부처님 사리를 모시기 위해 온갖 고난을 겪고, 삼재가 닿지 않는 명승지를 찾아 수마노석으로 탑을 세웠다는 이야기는 마치 자식을 위해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많은 중수와 불사를 거치며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이 탑은, 시대를 초월한 간절한 염원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결정체와도 같습니다.


정암사에는 수마노탑외에도 금탑과 은탑이 있다고합니다. 수마노탑은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금탑과 은탑은 탐심 없는 불심으로만 볼 수 있다는 전설처럼, 진정한 가족의 사랑도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직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임을 다시금 되새깁니다.
정암사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발바닥이 아닌 마음으로 이 탑의 역사를,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온전히 느꼈습니다. 바닥을 딛고 서 있는 탑의 무게처럼,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우리 삶의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오늘 하루, 그 단단한 뿌리 위에서 걸어가는 나의 발걸음이 더 이상 가볍지 않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 하나하나에 부모님의 사랑과 삶의 무게가 실려 있음을 깨닫습니다.


#발바닥명상 #정암사 #가족사랑 #부모님마음 #수마노탑 #인생성찰 #마음챙김 #함백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월요일 아침, 발바닥이 알려주는 단순함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