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버린 '때'와 묵은 '때'에 대하여

'때'를 놓쳤다면, '묵은 때'를 벗겨내면 된다

by 최동철

새벽 3시 30분, 산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합니다. 이 시간은 제게 있어 '딱 알맞은 때'입니다. 이보다 이르면 마음은 느슨해지고, 늦으면 마음이 바빠집니다.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산길을 한 걸음씩 내딛으며 발바닥으로 새벽의 기운을 느낍니다. 푹신한 흙의 감촉, 울퉁불퉁한 돌멩이, 밤새 맺힌 차가운 이슬, 그리고 바삭거리는 낙엽과 나뭇가지의 소리가 발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때'는 단순히 시각적인 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적절하고 알맞은 시기를 의미합니다. '공부할 때, 일할 때, 놀 때'처럼 우리는 각자의 때를 살아가죠.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 때를 놓치고 삽니다. 공부할 때는 놀고 싶고, 놀 때는 공부하고 싶어 하죠. 일이 하고 싶어도 일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산을 오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무엇을 할 때인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시기, 원하는 일을 하려 해도 조건이 맞지 않는 현실 앞에서 막막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참 재미있고 철학적인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시간을 의미하는 때'와 '몸에 낀 묵은 때'가 같은 단어라는 사실입니다.


'때'를 놓치면 '묵은 때'가 됩니다. 그리고 묵은 때가 되면 이를 깨끗이 벗겨내야만 합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후회하며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로운 때를 맞이할 수는 있습니다. 저 또한 여러 번의 때를 놓쳤지만, 지금은 새로운 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삶처럼, 저는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좀 더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때를 맞이하기 위해, 더 많이 배우고 익힐 때입니다. 지금 이 순간,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할 때를 놓치면 둘 다 놓치게 됩니다.


묵은 때가 쌓이기 전에, 오늘 이 '알맞은 때'에 충실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발바닥으로 새벽 산의 기운을 느끼며, 다시 한번 나아가야 할 때를 다짐합니다. 이 마음을 간직한 채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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