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길을 잃다
새벽 3시 33분 늦었지만 빠른 하산을 시작합니다.
오늘 새벽, 익숙한 길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지친 몸으로 잠결에 나선 새벽 산길. 늘 다니던 길이라 아무 생각 없이 발을 옮기다 그만, 평소 꺾어지던 갈림길을 지나쳐버렸습니다. 몇 걸음 더 나아간 순간, 발바닥에 느껴지는 감촉이 이상했습니다. 단단하던 흙길이 푸석푸석한 낙엽과 부드러운 흙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멧돼지들이 만들어 놓은 길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면 시간이 너무 지체될 것 같았기 때문에 길을 헤쳐나가 산등성이를 오르면 평소 다니던 길에 들어서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발은 푹푹 빠졌고, 멧돼지가 헤집어 놓은 땅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임을 알려주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더 가면 길을 완전히 잃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뒤돌아설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다시 한참을 되돌아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 다니던 길이 바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잠결에 무심코 지나쳤던 그 길이었습니다. 불과 몇 걸음 때문에 저는 한참을 헤매야 했습니다. 겨우 제자리로 돌아와 평소의 길을 다시 만났을 때, 안도감과 함께 깊은 성찰이 찾아왔습니다. 안도감도 잠시 저는 오르막길을 뛰어야 했습니다. 안그러면 오늘은 첫차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목적지까지 가지 않으면 되겠지만, 그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길을 헤매다 중간에 돌아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길을 잃었지만 목표는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치 제 인생의 이야기와도 같습니다.
다행히 평소 늦었을 때와 같은 시간에 목표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너무나 익숙해서 방심했던 탓입니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익숙함에 취해 무심코 몇 걸음을 잘못 내딛는 순간, 우리는 엉뚱한 곳에서 헤매게 됩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 동안 목표를 놓치기도 합니다. 누군가 앞서 걸어 만들어 놓은 길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낍니다. 우리가 그 길 위에서 편안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은, 그 길을 닦아준 이들의 위대함 때문입니다.
오늘 저는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었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길의 소중함과 목표를 잃지 않는 용기를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한 새벽이었습니다.
#발바닥명상 #새벽산책 #길을잃다 #인생성찰 #익숙함의위험 #돌아갈용기 #마음챙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