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발바닥으로 느끼는 약속의 의미

by 최동철

수요일 새벽 3시 32분, 한 주에 딱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밤늦도록 이어진 일로 온몸이 천근만근 무겁지만, 저는 기어코 어둠 속 산길을 걷고 있습니다. 어제 내린 폭우 탓에 온 산은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고, 하늘의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꼭두새벽입니다. 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선 길은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오직 나 자신과의 약속 때문입니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그 자체로 명상이 됩니다. 간혹 발목을 휘감는 풀잎과 발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작은 돌의 자극은 이 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 되고, 무거웠던 몸과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삶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약속을 하고, 또 얼마나 쉽게 저버리는지 모릅니다. 약속은 때로 솜털처럼 가볍기도 누군가에게는 천근만근 무거운 약속이 되기도 합니다.

한때 저는 쉽게 약속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약속을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 자신과의 약속은 세상 어떤 약속보다 더 지키기 어렵습니다. '피곤하니까, 몸이 무거우니까, 일이 많으니까...' 무수히 많은 핑곗거리가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그러나 이 새벽 산행은 그 모든 핑계를 넘어선, 나 자신과의 가장 굳건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허탈함과 자책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꼭두 새벽,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안개 낀 산길을 걸으며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내 삶의 모든 변화와 성장은 결국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제는 거창한 약속 대신, 매일의 새벽 산행처럼 작은 약속들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와의 약속을 하나씩 곱씹어 가며, 천천히 이 하루를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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