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라는 진심의 무게

부탁이라는 굴레, 다시, 나를 위한 첫걸음

by 최동철

2025년 9월 21일, 아침 7시 20분 가을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산길을 내려갑니다. 흙과 돌멩이가 발바닥에 닿는 감각에 온전히 집중합니다. 지난 한 주를 무겁게 짓눌렀던 생각들이 발끝으로 스며들어 땅속으로 흩어지는 듯합니다. 멀리 동이 터오고, 하늘에는 달처럼 걸린 구름이 아침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고요한 순간, 나의 발바닥 명상은 '부탁'에 대한 깊은 사색으로 이어집니다.


지난 한 주는 수많은 부탁과 거절의 연속이었습니다. 나는 기꺼이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었었는데, 정작 나의 작은 부탁은 쉽사리 외면당했습니다. 단순한 일이었는데, 그렇게도 어려웠나 봅니다.


민망함과 서운함이 밀려왔습니다. 내가 그들에게 해준 진심과 나의 존재감이 이토록 가벼운 것이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깨달았습니다. 상대의 거절은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것은 타인에 대한 기대가 낳은 실망일 뿐입니다.

저는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면 그뿐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그들의 이익에 약한 마음일 뿐입니다.

주역의 '겸손(謙)'은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라는 가르침을 전합니다. 나는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며 진정으로 겸손했는가. 어쩌면 나는 나의 베풀었다는 자부심에 스스로를 자만했는지 모릅니다. 타인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내가 그들에게 베푸는 '은혜'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의 거절은 나를 향한 '배신'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나의 발바닥은 나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산길의 흙과 돌, 나뭇잎은 내가 그들을 밟고 지나가도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며 나의 발을 받쳐줄 뿐입니다. 진정한 존재감은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지지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지러웠던 마음을 어제 하루 쉬어보낸 후, 다시 산을 찾았습니다. 이제 나의 발바닥은 더 이상 부탁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할 뿐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나를 성찰하고, 나의 내면을 다듬는 시간을 갖기로 다짐합니다. 아침 숲이 속삭이듯 나에게 말해줍니다. "가장 중요한 부탁은, 자신을 향한 부탁입니다."

나는 나를 위해 어떤 부탁을 들어줄까요?

이 깨달음을 안고, 나는 다시 첫발을 내딛습니다. 나의 존재는 타인의 인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발바닥이 닿는 모든 순간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게되었습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남에게 부탁하지 않고, 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입니다.


#발바닥명상 #인생성찰 #새벽산책 #나를위한시간 #마음챙김 #자존감 #부탁과거절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를 일생처럼, 발바닥이 전하는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