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이 걷는 길, 작은 우산 하나가 가르쳐준 지혜

인생의 예측 앞에서 내가 준비해야 할 한 가지

by 최동철

긴 연휴의 첫날이자 하늘이 열린다는 개천절, 늦잠의 달콤함을 누리고 느지막이 산을 찾았습니다. 어젯밤의 노곤함이 휴일의 안도감 속에 부드럽게 녹아내린 아침. 흙길을 밟으며 내려오는 하산길에서 오늘의 발바닥 명상을 시작합니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었습니다. 현관을 나섰다가, 다시 들어가 작은 우산 하나를 챙겨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산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마 위로 툭, 하고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만약 우산이 없었다면 저는 분명 망설였을 겁니다. ‘이대로 계속 가야 하나,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비를 맞으며 서둘러 내려가야 하나.’ 수많은 고민이 발걸음을 무겁게 짓눌렀을 테지요. 하지만 손에 우산이 들려 있으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오히려 우산을 펼 생각도 없이 ‘이 정도 비쯤이야’ 하는 여유마저 생겼습니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가 두려움과 망설임을 모두 걷어내 준 것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준비를 합니다. 돈, 건강, 지식… 그것들은 모두 인생이라는 여정의 예기치 않은 비를 대비하는 우산과 같습니다.

살면서 모은 돈을 다 쓰고 가는 사람도, 배운 지식을 남김없이 활용하고 가는 사람도 드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모두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어 있음’으로 인해 어떤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마음의 평온을 얻는 것이겠지요.

우산이 있기에 빗속을 태연히 걸을 수 있듯, 준비된 삶은 어떤 변수 앞에서도 우리를 담대하게 만듭니다. 없으면 곤란하지만, 있으면 사용하든 안 하든 그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오늘의 발바닥 명상은 ‘준비’라는 두 글자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삶의 여정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또 다른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임을 조용히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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