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걸음, 인연의 실타래를 밟다
모처럼 비가 그친 새벽, 산의 공기는 맑고도 축축합니다. 폐부 깊숙이 들어오는 서늘한 기운에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 새벽 3시 29분 익숙한 하산길로 한 걸음 내딛으며 오늘의 발바닥 명상을 시작합니다.
신발 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땅의 감촉은 날것 그대로입니다. 아직 마르지않은 질퍽한 흙이 발을 감싸고, 때로는 단단한 돌멩이가 발바닥의 중심을 지그시 누릅니다. 이 모든 감각이 오늘의 화두, '인연법(因緣法)'에 대한 생각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얽혀있고, 그저 이루어진 것은 없다는 진리.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일들은 문득 나타난 것이 아니라, 과거 어느 시점 내가 뿌린 씨앗의 열매일 것입니다. 좋은 관계는 과거에 나누었던 따뜻한 마음의 결과이며, 불편한 관계는 이전에 풀지 못했던 대립의 메아리겠지요. 발바닥에 와닿는 흙의 감촉처럼, 인연의 이치는 피할 수 없고 지극히 당연한 세상의 법칙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발바닥 명상은 단순히 머리로만 하는 사색이 아닙니다. '인연'이라는 화두를 가슴에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온몸으로 그 의미를 체화하는 과정입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 나뭇잎에 맺혔던 빗방울이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세상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추석 연휴의 여파로 조금은 피곤하게 시작했던 한 주. 그 가운데 수요일의 새벽을 밟으며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를 다짐합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여있지만, 그 또한 과거의 내가 만들어 놓은 인연의 길일 테지요. 오늘 내딛는 이 한 걸음이 내일의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헤아려보며, 다시 담담하게 하루를 향해 묵묵히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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