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흙길 위에서, 마감 시한과 나 사이의 거리를 묻다
2025년 10월 16일, 새벽 3시 28분. 어둠과 비가 함께 내리는 숲길에 내려가는 첫발을 내디딥니다. 우산 위로 토독거리는 빗소리와 달리, 발바닥 아래에서는 젖은 흙과 낙엽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오직 발바닥의 감각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시간. 오늘의 발바닥 명상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비에 젖은 흙은 질퍽이면서도, 모든 걸음마다 저를 단단히 붙잡아 줍니다. 미끄러질 듯 아슬아슬한 돌멩이의 감촉, 이미 흙의 일부가 되어가는 젖은 낙엽의 부드러움이 발바닥 전체로 스며듭니다. 비가 잦아들자, 거대한 지붕이 되어준 나뭇잎들이 머리 위에서 남은 빗방울을 툭, 툭, 떨궈줍니다. 자연이 만들어준 우산 아래 걷는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소란도 침범하지 못합니다.
이번 한 주,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들이 발밑의 젖은 흙처럼 질척입니다. 풀어야 할 과제, 다가오는 마감 시한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왜 어떤 일은 물 흐르듯 나아가고, 어떤 일은 이토록 긴 준비의 시간을 요구하는 걸까요. 그것은 어쩌면 능력의 문제를 넘어, 그 일을 마주하는 내 마음의 문턱이 높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은커녕 '주경야경(晝耕夜耕)'으로 나를 소진하는 날들 속에서, 배움의 때를 놓쳤다는 자책이 고개를 듭니다. 하지만 이 새벽길은 말해줍니다. 한 걸음 내딛지 않고는 어떤 길도 열리지 않으며, 가장 복잡한 문제의 해답은 가장 단순한 걸음에서 시작된다고.
세차게 불던 바람이 잦아들고, 짙은 어둠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구름위로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빗줄기를 머금은 풀냄새와 흙냄새가 뒤섞여 상쾌한 공기를 만들어냅니다. 자연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흐름을 따를 뿐인데, 왜 인간의 시간은 이토록 조급하고 벅찰까요. 숲의 리듬에 발을 맞추다 보면, 조급했던 마음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오늘 하루, 또 어떤 일들이 저를 기다릴지 모릅니다. 새벽 공기로 마음을 씻어내고 무거운 마음은 이 길에 내려놓고, 텅 빈 마음은 자연의 기운으로 채웁니다.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오늘을 활기차게 시작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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