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지 말까' 스쳐간 마음을 다독이며 걷는 길

일에 파묻힌 화요일, 무거운 몸을 이끄는 발바닥의 습관

by 최동철

2025년 11월 4일 새벽 3시 29분 하산길을 시작합니다.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에 옷을 하나 더 껴입었습니다. 그 무게 때문일까요, 아니면 어깨를 누르는 일의 무게 때문일까요.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 겨우 서둘러 산 입구에 섰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오늘은 그냥 쉴까' 하는 마음이 아주 잠깐,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몸은 화요일인데, 마음은 이미 금요일처럼 지쳐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내 신발을 벗고 첫발을 내디딥니다. 훅 끼쳐오는 새벽 공기가 아직 잠이 덜 깬 폐부를 찌릅니다. 발바닥이 차가운 흙과 만나는 순간, '아, 그래도 나오길 잘했다'는 안도와 함께 정신이 번쩍 듭니다. 오늘은 흙의 감촉이 유난히 단단하고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어제 끝내지 못한 일과 오늘 시작해야 할 일들. 일에 파묻혀 귀가 시간도, 잠드는 시간도 늦어지는 요즘입니다. 머릿속은 뒤죽박죽 엉켜있고,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왜 나만 이리 끙끙대고 있나 싶은 난감함도 스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렇습니다.

어둠 속에서 오직 발바닥의 감각에만 의지해 한 걸음씩 옮깁니다. 무거운 몸과 복잡한 마음을 이끌고 걷는 이 길이, 오늘따라 더 묵묵하게 느껴집니다. 산은 그저 말이 없습니다.


차가운 흙을 꾹꾹 눌러 밟으며 엉킨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해 봅니다. '그래, 오늘의 할 일에 우선 집중하자. 어제 못한 일은 틈틈이 쪼개서 끝내자. 그러지 않으면 내일은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발바닥이 땅을 단단히 디딜 때마다, 복잡했던 마음도 조금씩 제자리를 찾는 기분입니다. 무거운 걸음을 이겨내고 산에 오른 오늘, '우선순위'라는 삶의 지혜를 발바닥으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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