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시간의 물살 속, 잠시 힘을 빼는 법

늦어진 새벽 3시 31분, 달빛 아래서 배운 유연함

by 최동철

평소라면 이미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을 시간. 오늘은 3시 30분을 넘기고야 말았습니다.

일주일 내내 쌓인 피로가 발바닥을 묵직하게 짓누르고,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에 대한 상념이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유난히 더디게 정상을 향하는 길, 무거운 걸음을 옮기는데 문득 시선이 하늘로 향했습니다.

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강렬한 빛. 휘영청 밝은 달이었습니다. 마치 밤하늘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려는 듯, 어두운 산길을 대낮처럼 환히 비추었습니다. 그 장엄하고 우주적인 기운 앞에 잠시 모든 시름을 잊고 숨을 골랐습니다.

요즘 시간은 마치 거센 파도처럼 느껴집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시간의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온 기분입니다. 벌써 금요일이지만, 이번 주 안에 마쳐야 할 일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일에 파묻혀야겠구나.' 주말의 휴식을 얼마큼 지켜낼 수 있을지는 오롯이 오늘 하루에 달려있습니다.

'거센 물살에 휩쓸릴 때는, 너무 뻣뻣하게 버티려 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습니다.

흐름에 저항하려 발버둥 칠수록 몸은 부서지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힘을 빼고, 어느 정도는 그 물살에 몸을 맡기며 자연스럽게 순응해야 합니다. 힘을 빼야만 방향을 잡을 최소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밀려드는 업무와 시간의 압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조급함 속에 뻣뻣하게 맞서기보다, 지금 이 흐름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몸을 맡겨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비록 무거운 발걸음으로 늦게 시작한 새벽이었지만, 이번 한 주도 잘 버텨왔습니다. 오늘 하루, 거센 물살 속에서도 부서지지 않고 유연하게 헤엄쳐 나가는 하루를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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