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이 비춘 낙엽길, 세월의 소리를 듣다

낙엽 밟는 소리, 멈추지 않는 시간의 소리

by 최동철

2025년 11월 10일 월요일, 새벽 3시 30분.

정확한 시간에 하산길을 시작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새벽 공기는 차갑지만 춥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 오늘의 '발바닥 명상'입니다.


유난히 발밑에 쌓인 낙엽이 많습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바삭' 하고 낙엽 밟는 소리가 고요한 산길을 가득 메웁니다. 어둠 속이지만, 다행히 하늘엔 반달이 떠올라 그 빛으로 온 산길이 훤합니다. 달빛에 비친 무수한 낙엽이 마치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처럼 보입니다.

지난 휴일은 참 바빴습니다.

하루는 밀린 일에 치이고, 하루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해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결국 제대로 즐기지도, 일에 집중하지도 못한 '반반'의 휴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아쉬운 마음 위로 낙엽 밟는 소리가 겹칩니다.

완연한 가을입니다. 이렇게 쌓인 낙엽을 보니, 문득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거대한 우주의 시간을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고 늘 되뇌지만, 이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의 힘 앞에서는 그 마음조차 장사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달빛이 밝아 구름 한 점 없이 편하게 산을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달이 지고 나면, 켜켜이 쌓인 낙엽 때문에 길이 많이 헷갈릴 것 같다는 걱정이 스칩니다.

"이 세월의 힘을 어떻게 하며 잘 다스릴 것인가?"

오늘의 발바닥 명상은 이 질문 하나를 제게 남겼습니다. 어쩌면 거대한 시간을 다스리려 애쓰기보다, 그저 낙엽 쌓이는 소리를 듣듯, 흐르는 세월의 소리를 묵묵히 받아들이며 지금 이 순간 발바닥의 감각에 충실하는 것이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새벽 마주한 이 질문을 안고, 바쁜 월요일의 하루를 차분히 걸어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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