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평균율을 걷는 시간
2025년 11월 11일 새벽 3시 29분, 어둠 속 산길을 내려섭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흙의 감촉에 집중하며 한 걸음 내딛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길이 환합니다. 달은 반달이라 그리 밝은 밤도 아닌데, 웬일일까요.
발바닥 밑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꽤 미끄럽습니다.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며 걷다 보니, 길이 밝았던 이유를 문득 깨닫습니다. 여름내 빽빽했던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그 틈으로 빛이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한여름 잎이 무성한 숲길을 지날 때는 촘촘한 잎들이 빛을 가렸는데, 모든 것을 비워낸 지금이 오히려 길을 밝혀줍니다.
낙엽이 길을 미끄럽게도 만들었지만, 나뭇잎을 덜어낸 앙상한 가지사이로 듬성듬 빛이 스며들 길을 열어준 것입니다.
문득 이것이 삶의 '평균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나의 조건이 나빠지면 다른 하나의 조건이 좋아지는 시소 게임처럼,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균형을 맞추어 갑니다. 모든 것이 다 안 좋을 때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렇습니다.
사실 오늘은 컨디션이 몹시 좋지 않았습니다. 며칠간 일에 묻혀 지낸 탓에 몸살 기운과 콧물이 맴돌았습니다. 처음 산을 오를 때는 평소보다 숨이 훨씬 가빴습니다. 하지만 발바닥의 감각에만 집중하며 묵묵히 걷다 보니, 어느새 거친 숨이 고르게 쉬어지고 아프던 몸도 견딜 만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내가 산을 오르지 못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아픈 증거일 테니까요. 이렇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것이 숲이 주는, 그리고 발바닥으로 걷는 이 명상이 주는 힘입니다.
어제 못다 한 일들과 오늘 해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분명 오늘 하루도 숨 가쁘게 흘러갈 것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비워냄으로써 빛을 들인 저 앙상한 나뭇가지들처럼, 가쁜 숨을 내쉬며 몸의 아픔을 비워낸 이 새벽처럼, 그렇게 오늘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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