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바쁠수록, 발은 천천히

고요한 어둠 속, 상대적인 질서를 걷다

by 최동철

새벽 3시 28분. 묵직한 몸살 기운이 어깨를 누릅니다. 어제부터 시작된 목의 칼칼함과 콧물. 중요한 하루를 앞두고 걱정에 설친 밤잠 탓인지 컨디션은 어제보다도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산을 오릅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차가운 흙의 감촉과 함께 오늘의 명상이 시작됩니다.

온산이 깊은 침묵, 그야말로 적막 속에 잠겼습니다. 들리는 것이라곤 오직 나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발밑에서 '바스락' 부서지는 낙엽의 소리뿐입니다. 이 마른 소리만이 내가 지금 이 고요함 속에 홀로 존재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하늘을 보니 달은 그믐으로 향하며 몸집을 한껏 줄였습니다. 달이 작아진 만큼 산길은 더 어두워졌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어둠 덕분에, 그전에는 희미했던 무수한 별들이 제 빛을 환하게 드러냅니다.

문득 '상대적인 우주의 질서'를 봅니다. 하나가 작아져야 다른 하나가 선명해지는 이치. 빛이 약해져야 보이지 않던 빛이 드러나는 진리.

이는 비단 하늘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오늘은 중요한 일 생각에 마음이 유난히 바쁩니다. 마음이 바쁘니, 저도 모르게 발걸음까지 빨라져 있습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합니다.


그 순간, 또 하나의 상대적인 원리를 깨닫습니다.

'마음이 바쁠수록, 몸은 천천히 가야 한다.'

마음이 급하다고 몸까지 서두르면 분명 탈이 날 것입니다. 바쁜 마음을 알아차리고, 일부러 발걸음을 더 느긋하게, 더 조심스럽게 늦춰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에 집중합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오늘의 발바닥 명상은 조금 짧게 마칩니다. 하지만 분명한 이치 하나를 안고 산을 내려갑니다.


삶의 속도가 버거울 때, 마음이 조급해질 때, 그때가 바로 내딛는 걸음을 가장 천천히 해야 할 때임을. 몸을 늦추니, 비로소 바빴던 마음도 제자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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