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쉬고 코피를 쏟아도 내가 걷는 이유
새벽 3시 30분. 목소리는 완전히 잠겨 쉬어버렸습니다. 말 한마디 내뱉기 힘들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습니다.
지난 일주일,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왔습니다. 어제는 결국 과로로 코피까지 쏟으며 몸이 절박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런 한계에 다다른 몸을 이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김없이 이 시간에 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둠 속을 한 걸음씩 내려갑니다.
이 시간, 산길은 오직 발바닥의 감각으로만 존재합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 대신, 발바닥이 길을 읽습니다. 마른 흙의 푸석함, 발을 단단히 받쳐주는 바위의 견고함. 쇠약해진 몸이 휘청이지 않도록, 모든 의식을 발바닥 끝에 모읍니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땅을 딛는 감각은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합니다.
오늘은 목요일입니다.
문득 하늘의 그뭄달이 생각납니다. 한 달의 정점을 지나, 저 달이 서서히 땅으로 내려오듯, 한 주가 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달이 지고 에너지가 스러지는 시기이지만, 제 앞에 쌓인 일은 아직도 꼬박 일주일치만큼 그대로입니다. 참 굉장한 한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발바닥 명상이 제게 가르쳐 준 것은, '버거움'과 '많음'을 분리하는 지혜입니다.
다행히 가장 버거웠던 일은 어제 모두 끝냈습니다. 오늘 제 앞에 놓인 것은 그저 '양이 많은' 일일 뿐, 어제처럼 숨이 턱 막히는 버거운 일은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 발바닥이 단단한 땅과 무른 흙을 구분해내듯, 저의 마음도 감당할 수 있는 현실을 차분히 분별해 냅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만 더 묵묵히 딛고 나아가면, 비록 '길 것 같지 않은 휴일'일지라도 작은 쉼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실 하나가 이 새벽, 지친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됩니다.
오늘 하루도, 산을 내려가는 이 발바닥처럼 무너지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나의 길을 완주해내길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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