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더미 같은 일과 마주하는 '나'라는 우주.

'서두를 수 없는 일'에는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법

by 최동철

어쩌면 알람의 간절함을 가장 많이 외면했던 새벽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알람이 여러번 울린 후에야

서둘러 옷을 꿰입고 새벽 숲길에 들어섰지만, 오늘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유난히 무거웠습니다. 시계는 새벽 3시 32분을 가리키고, 내려가는 시간은 근래 들어 가장 늦은 기록이 되었습니다.

이 무거운 발의 감촉은 단순히 늦은 출발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발바닥 밑으로 느껴지는 축축한 흙의 질감과, 미세하게 튀어나온 돌멩이의 단단함. 그 모든 감각 위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에 대한 생각들이 그림자처럼 덮여 있었습니다.


발바닥 명상이란, 결국 나의 내면과 현실을 가장 솔직하게 대면하는 시간입니다. 흙은 거짓말하지 않고, 내 발의 무게와 오늘 하루의 염려를 그대로 받아냅니다.


오늘 명상의 화두는 오직 '일'이었습니다. 지금 처리해야 할 일들은 잔머리나 요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간을 온전히 투입해야만 비로소 결론이 나는, 마치 옹골찬 돌덩이 같은 일들입니다.


다른 일 같으면 '서둘러서' 어떻게든 해치웠겠지만, 이 일은 서두른다고 될 수 없고, 하나하나 살펴가며 완성을 해 나아가야 합니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은 저에게 허락된 휴식이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이 짙게 드리웁니다. 하지만 그 각오 속에서도 저는 새벽 숲을 걷습니다.


이 새벽 산행은 저에게 일종의 '의식'과 같습니다.

숲은 조용히 저의 불안을 흡수하고, 발바닥을 통해 땅의 단단한 기운을 올려줍니다. 자연은 인간의 '시간' 개념을 초월해 존재합니다. 눈을 뜨니 월요일이었는데, 벌써 금요일이 되었다는 이 숨가쁜 일상 속에서, 숲은 저에게 잠시라도 멈춰 서서 '나'라는 우주의 좌표를 확인하라고 속삭입니다.


이번 한 주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바빴지만, 이렇게 잠시 숲속에 머물며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이 자체가 이미 큰 만족이자, 다시 달릴 수 있는 동력입니다.

발바닥으로 흙을 밟으며 다짐합니다. 오늘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보겠다고.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하든, 이 발바닥이 느낀 흙의 감촉처럼 단단한 마음으로 주말의 일정을 받아들이겠다고.

결국, '시간이 많이 필요한 일'은 저에게 인내와 끈기라는 미덕을 요구하는 가르침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이 새벽 명상을 통해 그 미덕을 배우고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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