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물러가고, 이제 봄이 주인이 되었습니다.
2026년 2월 5일, 새벽 3시 30분.
어제 입춘을 보내고 맞이한 산행길은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공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굳게 얼어붙었던 대지가 풀리고, 발바닥에 닿는 감촉은 어딘가 모르게 부드럽고 눅눅합니다. 온 산을 덮었던 하얀 눈들은 마치 마법처럼 사라졌습니다. 골짜기 깊은 그늘에만 겨우 남은 잔설들이 겨울이 남아 있음을 수줍게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등산화를 뚫고 전해지는 흙의 감촉에서 계절의 어김없는 순환을 읽습니다. 입자가 관찰되는 순간 그 성질이 드러나듯, 저의 발걸음이 닿는 순간 비로소 봄은 제게 옵니다. 어제 무리했던 일정이 발바닥의 묵직한 피로감으로 남아있지만, 이 피로조차 살아있음이자 어제 가족들과 나누었던 즐거운 시간의 여운처럼 느껴집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 시기, 유독 많은 부고 소식이 들려옵니다. 누군가는 눈 녹듯 떠나가고, 누군가는 새순처럼 다시 일상을 시작합니다. 차면 기울고, 기운 것은 다시 차오르는 법이라지만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의 무게를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을까요.
오늘 저는 이 축축한 봄의 숲길을 걸으며, 떠난 이들을 추모하고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발바닥의 온기로 위로해 봅니다. 죽음 또한 거대한 자연의 순환 속에 속한 과정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오늘 하루를 더욱 치열하고 활기차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깁니다.
피곤을 딛고 다시 일상의 주인으로 복귀합니다. 꽃샘추위가 시샘하듯 찾아오겠지만, 이미 봄은 우리 마음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활기차게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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