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뒤에 찾아온 새벽, 다시 흙을 밟는다는 것

발바닥 명상 일기: 다시, 대지 위에 서다

by 최동철

새벽 3시 28분. 명절의 소란함이 잦아든 자리에 차가운 새벽 공기가 내려앉았습니다. 며칠간 비워두었던 산길에 다시 발을 들입니다. 어제는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오느라 이 길을 걷지 못했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 분주했던 하루를 보내고 다시 선 이 새벽길은, 평소보다 조금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흙의 질감은 어제보다 조금 더 폭신합니다. 땅 속에 깃든 정직함이 좋습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작은 돌멩이의 자극은, 명절 동안 흐트러졌던 마음의 결을 다시 세워주는 '각성'과도 같습니다.


우리네 삶도 이 발바닥의 감각과 닮았습니다. 쉴 때는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일을 할 때는 때로 늪을 걷듯 더디게 느껴집니다.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변화의 이치처럼, 쉼 뒤에는 반드시 움직임이 있고, 단절 뒤에는 새로운 연결이 기다립니다. 명절이라는 긴 휴식과 일상으로부터의 잠시 된 단절은, 다시금 세상을 향해 나아갈 힘을 응축하는 과정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이제 2월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면 출장을 떠나기에 당분간 이 새벽 산과의 조우는 멈춰야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발바닥에 닿는 흙의 온기,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산의 숨소리가 유독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명절 뒤에 산적해 있는 업무들, 동시에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로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오직 '지금, 여기' 닿아있는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해 봅니다. 일상이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영원해서가 아니라, 언제든 예기치 못한 일로 멈출 수 있기 때문임을 압니다.

오늘 하루를 소중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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