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의 선물, 싸락눈
새벽 3시 24분. 세상을 깨우기 전, 제가 먼저 산을 깨우고 내려옵니다.
집을 나설 땐 빗방울이 가볍게 흩날렸습니다. 우산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변화무쌍한 봄의 시샘을 기억하며 우산을 손에 쥐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빗줄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산을 오를수록 귓가를 스치는 소리가 달라졌습니다. 톡톡 떨어지던 물소리가 어느새 툭툭거리는 소리로 바뀌었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비가 아닌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머물다 간 산의 문턱마다 누군가 소금을 뿌려놓은 듯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습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그 풍경은 마치 고운 밀가루를 뿌려놓은 듯 순백의 미학을 자아냅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감각은 묘합니다. 어제 내린 비로 촉촉이 젖은 흙의 진득함 위에, 방금 내려앉은 사랑눈의 서늘하고도 바삭한 감촉이 겹쳐집니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발가락 끝에 힘을 주다 보면, 대지의 단단함과 하늘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밟고 있다는 경이로움이 차오릅니다.
오늘은 정월대보름입니다.
가장 큰 달이 뜨는 날, 달빛 대신 하얀 눈꽃이 산을 수놓았습니다. 3월의 첫 휴일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오늘, 이 눈은 저에게 '정화'와 '출발'을 의미합니다.
변화는 멈추지 않는 법이라 했습니다. 빗줄기가 눈으로 변하고, 그 눈이 다시 땅을 적셔 생명을 틔우듯, 저의 일상도 오늘부터 다시 뜨겁게 요동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과 내일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
비우고 나니 채워지는 새벽입니다.
"계획에 없던 눈을 만났을 때 우리는 당황하지만, 그 눈 덕분에 산은 더 아름다워집니다. 우리 인생의 예기치 못한 변화도 결국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축복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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