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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가 되다

신청 당일, 합격이요?

by 최은아 Choi ena


언제부터였을까.

내 휴대폰엔 늘 ‘브런치스토리’ 앱이 있었다.

처음엔 우연히 읽게 된 한 편의 글 때문이었다.

낯선 이의 진심이 마음을 두드렸고, 그날 이후로 휴대폰이 바뀌어도 브런치 앱은 늘 곁을 함께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거창한 꿈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읽는 것이 좋고,

‘나도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정도.

그마저도 간헐적이었기에 흐릿한 기억이었다.

삶에 치이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왜 이리 정신없는 날들이 계속되는지.

단 한 줄의 문장도 떠올릴 여유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사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쓴다는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

모르는 이들이 나의 글을 통해 나를 알게 되는 것, 나를 아는 이들이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

모두 우려와 두려움으로 밀려왔다.

마치 도심 한복판에서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이랄까?

이러한 우려와 불안은 글쓰기를 향한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려 하면 나 스스로 꺼버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티스트 작가'가 되었고, 작품에 대한 작가노트 작성은 필수였다.

작품 제작 방법 등을 비롯, 작품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매 작품을 만들 때마다 필요했고,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처음 작가노트를 쓰게 되었을 때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마음 안에 담긴 내용들을 꺼내어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이 너무나 버거웠다.

수다스러웠던 마음은 글을 쓸 준비만 해도 고요하다 못해 정막이 흘렀고,

고심할수록 머릿속은 뒤엉킨 실타래 같은 상태.

정말이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쓰는 기분이었다.

처음 마주했던 글쓰기는 사실 내게는 스트레스와도 같은 고통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던 존재, 반려견 ‘모카’가 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모카를 보내고 난 뒤 나는 깊은 절망과 상실감 속에 잠기게 되었다.

어떠한 말로도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

'이 마음을 글로 남겨야겠다'

모카와의 함께했던 추억들이 슬픔과 함께 흐릿해지기 전에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신청 자체부터 쉽지 않았다.

작가로 승인받기까지 여러 번 떨어졌다는 후기들도 많았다.

먼저 브런치 작가가 된 선배 신선경 작가님(그녀의 안내원)

https://brunch.co.kr/@happysun


“열 번은 떨어질 각오로 해봐~. 파이팅.”


나 역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기대보다는, 모카를 향한 마음을 담아 합격하는 날까지 도전해 보자.








모카를 떠나보내고 홀로 돌아오는 길.

바로 그날, 통곡과 함께 글을 써 내려갔다.

정신없이 눈물범벅으로.

진심을 담은 글과 소개글, 목차를 정리해 신청을 마쳤을 땐,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어차피 떨어질 테니, 그저 마음을 다해 썼다.



심사는 보통 평일 기준 5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슬픔에 젖은 채 멍하니 눈물만 흘리던 중 휴대폰 알림이 떴다.


“브런치 작가 승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아 화면을 캡처해 그녀의 안내원님에게 보냈다.


신선경 작가의 축하에 실감이 났다.

신청하고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는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 합격에 하루도 걸리지 않았지만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마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무언가 큰 사고를 저지른 기분이었다.

마음의 준비가 없던 시작으로 모카를 보내고 슬퍼할 겨를조차 없어졌다.

지금 내가 애도를 잘하고 있는 걸까?

글을 잘 써나갈 수 있을까?


아직은 모든 게 어리둥절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모카를 향한 그리움과 진심이 나를 이끌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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