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는 커피 맛 vs 카페에서 먹는 커피 맛

내 아이가 꼭 알았으면 하는 말 3 [분위기]

by 최리원

"왜 집에서 먹는 커피 맛이랑 카페에서 먹는 커피 맛이 다를까?"


참 희한한 일이다. 똑같은 커피인데, 집에서 먹는 맛이랑 카페에서 먹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또 공원에서 먹는 맛도 다르다. 그래서 일부러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가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카페에서 4~5000원짜리 커피를 사 먹는 게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다. 과거의 나에게 카페란 데이트 장소 혹은 미팅 장소에 불과했고, 커피 역시 카페라는 장소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미팅을 하기 위한 도구(?)였다. 얘기를 하고 시간을 보내려면 마실 것이 필요했기에 커피를 시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과 수다를 떨기 위해 카페에 가고, 혼자 책을 읽으려고 카페에 간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가기도 한다. 매일 집에서 읽는 책도, 매일 나누는 이야기도 카페에서 하면 뭔가 집중이 잘 되는 것 같고, 커피도 뭔가 더 맛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러한 시간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왜일까? 아마 분위기 탓일 것이다. 요즘 나는 분위기를 소비하기 위해 카페에 가는 것 같다. 솔직히 커피 맛은 스타벅스에서 파는 4,100원짜리랑 동네 카페에서 파는 1,500원짜리랑 큰 차이가 없다(적어도 나한테는). 그런데 두 카페가 뿜어내는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최근 그림책 모임 멤버들과 '동네 책방 도장깨기'를 하고 있다. 우리 동네 곳곳에 숨어 있는 책방들을 방문하고, 거기에서 책을 사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을 갖고 있다. 책방을 돌아다니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 있는데, 책방이 뿜어내는 분위기가 제각각 다르다는 것이다. 뻔한 말이긴 하지만, 정말 그렇다. 똑같은 책인데도 책방 주인에 따라 다르게 진열되어 있을뿐더러 책방에서 즐길 수 있는 음료와 먹을거리도 제각각 다르다. 또 책만 파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중고 서적을 함께 파는 곳도 있다. 요소 하나하나가 모여 그 책방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그 분위기가 책방을 찾는 손님들을 매료시키는 것이 매우 재미있고 놀랍다.


책방 <당신의 글자들>은 환경, 먹거리 등과 관련된 책들이 많았다.
책방 <인디무브>에서는 커피뿐만 아니라 맥주도 마실 수 있다.


분위기를 즐기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분위기를 즐긴다는 것은 어떤 공간에 매료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나 또는 타인에 몰입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굳이 책을 들고 카페에 가는 이유는 카페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책에 몰입하기 위함이고, 친구들과 수다 떨기 위해 카페에 가는 이유 역시 카페 분위기에 매료되어 서로의 대화에 몰입하기 위함일 것이다. 또 굳이 동네 책방에 가서 그림책 모임을 하는 이유도 책방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멤버들의 이야기와 그림책 이야기에 몰입하기 위함일 것이다.


지난 주말 아들과 카페 데이트를 하였는데, 카페에 가기 전에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 두고 각 경우의 수에 따른 행동들을 나름대로 준비하였다. 카페에 들어가는 걸 거부할 경우에는 음료를 테이크아웃해서 근처 공원에서 마시고, 카페에서 지루해할 경우에는 준비해 간 색종이, 장난감 자동차, 책, 색연필로 주의를 끌며, 카페에서 소란스럽게 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카페 데이트를 포기하겠다는 식의 마음가짐(?)을 먹었다. 그런데 다행히 아이는 금세 카페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같이 그림도 그리고 장난감 놀이도 하였다. 심지어 각자 책을 읽기까지 했으니 기대 이상의 카페 데이트를 한 것이다. 네 살짜리 아이도 카페 분위기를 나름 즐길 줄 아는 걸까? 공간을 즐길 만한 자유로운 상황이 된다면, 아이와 함께 다양한 공간에 가서 그곳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 아이가 다양한 공간을 접하면서 각 공간에서 지켜야 하는 행동들과 매너들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기를 바란다. 카페에서는 음료와 대화를 즐기는 법을 알고,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작품에 몰입하는 법을 알았으면 한다. 또 공연장에서는 무대와 퍼포먼스를 신나게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먼저 코로나부터 끝나야 할 것 같다. 하아.


아들과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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