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꿀벌처럼

내 아이가 꼭 알았으면 하는 말 2 [함께]

by 최리원

"그래서 그 모임은 뭔데? 대체 모여서 뭘 하는 거야?"


우리 모임(?)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남편도, 친구도, 동생도 모두 궁금해하는 우리 모임. 시작은 '그림책 육아'였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아이에게 읽어줄 만한 그림책을 소개하고 서로 책을 돌려보면서 육아 정보도 공유하는 그런 모임. 우리는 2019년 1월, 처음 만났다. 동네의 작은 서점에서 그림책 육아 모임을 한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무언가 이끌리듯 신청한 것이 이 모임이었다. 초창기 멤버는 총 다섯 명의 엄마들이었다. 여기에 아이 7명까지 합쳐 12명은 매주 화요일 11시에 동네 서점으로 모였다. 당시 2, 3세 아이들이 주를 이루고 있던 터라 외출과 모임이 쉽지 않았지만 기어코 기저귀 가방과 간식 가방, 심지어 보행기와 돗자리까지 챙겨 만났다. 모여서 책 이야기도 하고, 나름 팟캐스트 녹음도 해 보고, 책 놀이도 하였다. 그러다가 복직으로 인해 한 멤버가 자연스레 빠져나갔고, 작년에는 또 다른 멤버가 제주도로 이사 가는 바람에 3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 없이 세 명의 엄마들이 각 집을 돌아다니면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모임 자체가 조심스럽긴 했지만 나름대로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모였다. 우리는 그림책, 육아, 자기 계발, 엄마로서의 삶, 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최근에는 '문화공간' '공동체 공간' '육아공간' 등처럼 공간을 주제로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우리 주변에 그런 공간이 어디 있을까 찾아보다 <오봉살롱>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며칠 전 그곳을 방문하였다.


오봉산 자락에 자리한 <오봉살롱> (출처: 오봉살롱 인스타그램)


오봉살롱은 경남 양산의 오봉산 자락에 위치한 카페다. 오봉산은 양산 물금읍과 원동면 사이에 있는 산으로, 다섯 개의 작은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오봉산으로 불린다. 남양산 IC로 들어와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가는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 다리를 지나면 다섯 개 봉우리가 마치 형제처럼 나란히 솟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양산에서 손에 꼽히는 절경이라 생각해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틈틈이 소개해 왔다. 어쨌든 오봉살롱은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오봉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오봉살롱은 겉보기에 다른 카페와 다르지 않았다. 모던한 건물에 내부에서는 커피 향이 솔솔 풍겼다. 나는 이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인 '카페 드 오봉'을 시켰다. 카페 드 오봉은 시럽 대신 벌꿀을 넣어서 만든 커피로, 오봉살롱에서만 맛볼 수 있는 라테였다. 왜 벌꿀이냐 하는 생각이 들 때쯤, 사장님께서 이 카페가 품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나와 멤버들은 그 특별한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오봉살롱은 <비컴프렌즈>에서 운영하는 카페였다. 비컴프렌즈는 도시양봉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사회적 기업으로, 발달장애인들이 도시에서 꿀벌을 키우면서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걸 미션으로 삼고 있었다. 도시양봉, 처음 들어보았다. 도시양봉은 말 그대로 도시에서 벌꿀을 키우는 것이다. 도시에서 꿀을 키운다고? 왜? 그게 가능해? 사장님 말로는 가능하다고 하셨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시양봉이 시작된 곳은 서울시청의 옥상이었다. 삭막한 도시 환경에서 자연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바로 양봉이 선택된 것이다. 2012년 서울시청 옥상을 시작으로 도시 곳곳에서 도시양봉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우리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도시양봉이 흔하디 흔한 일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 프랑스 파리의 가르니에 오페라하우스, 캐나다 밴쿠버의 페어몬트 워터프론트 호텔, 미국 뉴욕의 브라이언트 공원, 일본 도쿄의 긴자 빌딩에는 모두 벌통이 놓여 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재직할 시절에는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에서 벌을 치기도 했다고 하니, 도시양봉이 완전히 새롭거나 신기한 일은 아닌 듯했다.


오봉초등학교 옥상에서 이루어지는 도시양봉 활동 (출처: <2020 비컴프렌즈X뭐든학교 1년간의 기록)


왜 비컴프렌즈는 도시양봉을 선택했을까? 사장님께서는 '공생'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 도시양봉을 시작했다고 하셨다. 벌과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 나아가 발달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말이다. 사장님에게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들이 도시양봉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함께 자라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비컴프렌즈가 탄생하였다. 처음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부모들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부모들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도시양봉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도시양봉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비컴프렌즈가 추구하는 '함께'의 가치에 상당히 공감되었다. 함께 무언가를 하고 함께 배우고 함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와 함께 도시양봉 활동에 참여하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놀이 활동과 독서 활동에도 참여하고 싶다. 그곳에서 꿀벌과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나도 우리 아이도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우리의 그림책 모임과 멤버들도 '함께' 성장하기를 :)


사장님께서 선물로 챙겨 주신 벌꿀 스틱
매거진의 이전글인정(人情) 많은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