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거듭하는 그녀의 희망을 쓰는 로드 무비
마돈나의 남편이었던 연기파 배우 숀 펜이 지체장애가 있는 아빠로서 딸을 놓지 않으려는 열연으로 관객을 울렸던 영화, [아이 엠 샘]
그 영화에서 그토록 숀 펜이 지키고 싶었던 딸의 역할로 나왔던 다코타 패닝은 마치 영화 E.T의 드류 베리모어처럼 인상 깊은 아역 배우로 우리에게 남아있습니다.
다코타 패닝은 꾸준한 필모 그래프를 쌓으며 배우로서 성장을 거듭해갔고, 2012년 18세 때에 영화 [나우 이즈 굿]의 여주인공으로 관객에게 그녀의 존재감을 강인하게 인식시키게 됩니다.
나우 이즈 굿의 주인공 테사는 시한부로 매우 반항적인 10대의 역할이었기에, 아역으로 출발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그녀의 의도에 맞아떨어지는 선택임에 충분했습니다.
죽기 전 버킷리스트를 이루려는 극 중 테사의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영화의 러닝타임 내내 다코타 패닝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슬프고도 즐거운 시간을 관객에게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백혈병으로 머지않아 시한이 정해진 그녀의 성장 스토리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도 관중석을 떠나기가 조금 어려울 만큼 현실의 제 삶은 반추하게 되는 울림을 남겼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번엔 올해 25세가 된 그녀가 자폐증을 가진 20대 초반의 웬디라는 주연을 맡은 영화, [Please, stand by.]로 찾아왔습니다.
원제와 달리 우리 극장에는 [스탠바이, 웬디]로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에 내세웠습니다만, 극 중 stand by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굳이 안 그래도 되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다코타 패닝에 의존해서 스토리를 끌어가는 전형적인 로드 무비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침대 밖을 나서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여행이었을 주인공 웬디의 일상으로부터, 멀리 LA로 향하는 진짜 여행의 이야기까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녀의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결말에 다다르게 됩니다.
로드무비가 이럴 것이라는 뻔한 클리셰로 채워졌다고 볼 수 있는 있지만, 주인공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 그 어떤 극적인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다코타 패닝에 의존해 이 영화를 끌어가려는 감독의 의도로 읽힙니다. 또 그런 감독의 선택에 충분히 손뼉을 치고 싶습니다.
또 영화 속에서 [스타 트랙]이라는 고전 SF 드라마의 팬덤이 이뤄내는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배치한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던지 간에 작은 관심사의 교차만으로도 쉽게 소통하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열린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나는 어떤 관심사를 나누며 앞으로 타인과의 소통을 구할 것인가도 곰곰이 생각하게 해 줍니다.
오랜만에 전체 이용가의 등급으로 그녀를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스탠바이 웬디]는 어른들과 다른 감수성으로 자녀들에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메시지가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별 기대 없이 극장을 향했다가 뭔가 가슴 가득히 따뜻함을 안고 오게 되는 영화 [스탠바이 웬디]
팍팍한 삶 속에서 내가 사는 현실의 작은 편린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지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하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벌써부터 다코타 패닝, 그녀의 다음 영화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