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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Feb 10. 2019

힙플레이스 (Hip Place) 효과와 젠트리피케이션

영화 극한직업 천만 돌파와 갈비양념통닭


영화 극한직업과 수원 통닭거리.
TV 드라마 겨울연가와 남이섬.
손혜원 위원의 부동산 스캔들과 목포.
TV 예능프로 골목식당과 일부 출연 매장.

위 네 가지 조합의 공통점은 특정 이슈와 미디어에 대해 대중이 반응해서 이뤄진 이른바 ‘힙 플레이스 효과’입니다.   

최신 유행 공간을 의미하는 힙 플레이스(Hip Place)는 예를 들자면 경리단길과 같이 자연적인 입소문으로 대중에게 열광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하는 특정 장소를 의미합니다.  

최근 천만을 훌쩍 넘어 60억대 예산으로 900억에 육박하는 매출로 흥행신화를 쓰고 있는 코믹 형사물 영화 극한직업에 등장하는 갈비 통닭으로 인해, 수원 팔달문 부근의 통닭거리는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수년 전 선보였다가 관심이 없어 메뉴에서 사라졌던 갈비 통닭이 다시 인기 메뉴가 됐는가 하면, 거리 전체에 즐비한 통닭집 매출도 30% 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겨울연가 드라마의 두 남녀 주인공이 달달한 데이트를 했던 남이섬은, 종영된 지 십수 년이 지나도록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목포는 엉뚱하게도 한 국회위원의 부동산 매집 스캔들 정도로 여겨졌던 사건으로 인해 관심이 집중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구도심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임시 관광 안내소가 설치되고 인근 상가들은 모처럼 몰려드는 손님들에 의해 분주해졌다고 합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손위원의 부동산 매입 사건이 목포에 도움된다는 의견이 60%를 넘었다고 합니다.
인구 23만으로 과거 명성에 걸맞지 않게 쓸쓸하고 낙후된 도시로 나락의 길을 걷던 목포가 모처럼 희망의 빛을 본 것이겠죠.  
이런 손 위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다소 엉뚱하게도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위원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서 박 위원은 그동안 뭐했냐는 비판을 감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종원을 간판으로 내세워 골목상권에 대한 맞춤 진단으로 영세상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콘셉트의 골목식당 프로그램도 화제입니다.
그가 다녀간 일부 식당은 엄동설한에도 입장을 기다리는 긴 대기줄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시청자에게 감정이입을 일으키며 일부 말도 안 되게 답이 없는 식당주 때문에 분노하게 되어 뒷목 식당이라는 재미있는 별칭이 생길 정도로 프로그램 자체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단기에 치고 빠지는 끓는 냄비 같은 짭고 일과성의 인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희망 없이 폐업을 걱정하던 영세 식당주들에게는 모처럼 단비가 내리는 듯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힙 플레이스 효과가 모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뒤안길에는 임대료 인상과 같은 씁쓸함 부작용이 뒤따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단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면 그에 따라 지가와 임대료가 널뛰고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종종 보이는 것입니다.
결국 그 자리에 자본력이 있는 기업들이 비집고 들어와 당초 기대되었던 힙 플레이스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한산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의 길을 걷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떠오르는 힙 플레이스에 영속성을 보장하려는 행정적인 안전장치를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유 재산권 행사라는 이해관계에 배치되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권고안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새로 떠오르는 힙 플레이스마다 생길 수도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아울러 위 사례들과 같은 특정 사건이나 미디어에 의한 힙 플레이스 효과는, 중소상인, 지자체 혹은 마케터들 사이에서 계속 높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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