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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Oct 03. 2018

탑항공 폐업 유감

오랜 토종 여행사의폐업 소식을접하는 단상

해외여행 자율화가 전격 실시된 것은 1989년. 이때부터 배낭여행 등 개인자격으로도 봇물 터지듯 해외로 여행을 다녀오기 시작했습니다.

3년 차인 1991년 유럽 배낭여행을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자율화 이후 앞선 두해 동안 다녀간 설익은 선배 여행자들의 발자취가 강렬했었습니다.  

유레일 패스에 포함된 핀란드행 여객선 실리아 라인은 한국 여권 소지자들의 승선을 금지시켰었고, 스위스 인터라켄의 유일하다시피 한 값싼 숙소였던 오토캠핑장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성숙한 여행 문화가 정착되기 전 쏟아냈던 배낭여행객들의 미성숙한 행동들로 인해서 뒤에 나간 같은 국적의 여행자들이 피해를 보았던 당시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실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제 해외로의 여행은 그 자체로는 더 이상 특별한 일도 아닐 정도로 일상화되었습니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다른 문화를 향유하며 개인마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다양성 있는 여행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해외여행 자율화 초기에는 정보의 부재로 PC통신의 동호회에 오른 여행 루트를 바이블처럼 그대로 답습하기도 했고, 저가 개별 한공권을 파는 여행사의 사랑방 게시판이 중요한 정보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탑항공은 82년 창업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당시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개인 여행자들이 저가의 항공권과 유스호스텔을 이용할 수 있는 국제학생증 발급을 위해 찾으면서 탑항공 여행사에 문전성시를 이뤘던 것입니다.

그랬던 탑항공이 한참 세월이 지나 얼마 전부터 부분 부도로 경영 악화 소식을 알려오더니 오늘은 최종 폐업을 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비단 탑항공뿐만 아니라 e온누리여행사 등 국내 중소 여행사가 최근 들어 줄줄이 같은 유형의 소식을 전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PC로 실시간 가격비교가 가능한 익스피디아 등의 해외 업체 서비스의 접속이 손쉬워 탑항공같이 오래되었더라도 비교적 규모가 작은 국내 여행사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국내외의 경계 없이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해외여행업체(OTA)를 통해 정보의 접근이 간편하고 그로 인해 소비자 이익이 극대화되는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기업활동에 준하는 세금 징수의 부재 등 아직도 법제화는 그 현상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국내에서 수조 단위의 이익을 실현해도 세금을 안내는 구글의 사례와도 매우 닮아 있습니다.

오늘 탑항공의 폐업 소식은 그런 면에서 변화하는 IT 기반 서비스 산업의 물결에서 도태되어 쓸쓸한 뒤안길로 사라지는 오랜 토종 업체에 얽힌 추억과 함께, 시장과 제도라는 틀을 개선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함께 던져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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