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28일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모바일 분야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입증이라도 하듯, 198개 국가에서 약 11만명이 참가하여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올해의 전시회는 Intelligent Connetivity 라는 전시회 슬로건에 걸맞춰 새로운 무선 통신 포준인 5G에 촛점이 맞춰졌습니다.
저 지연의 대용량 데이터의 전송이 가능한 5G 통신이 가능하게 되면서 기존에 선보였던 VR과 AR이 다양한 Use Case를 제시하며 전시회 전반에 다양하게 선보였습니다.
기존 MWC가 무선통신 사업자와 폰 제조업체, 그리고 일부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 업체가 주류를 이뤘다면, 이번 전시회에서는 5G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자동차, 솔루션, 로봇, 전자상거래, 금융, 컨설팅, 방송 등으로 그 참여 분야의 확대가 두드러졌습니다.
거의 모든 전시 부스에는 5G를 기반으로 한다는 내용이 전면에 전시가 되었을 정도로 다가오는 새로운 통신 환경에 대한 기대가 업체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완성차 업체는 BMW와 벤츠 등은 자사의 전기자동차에 자율 주행과 AR 등을 결합한 미래지향적인 기능을 5G라는 통신환경을 통해 어떻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치를 극대화하는 데 대부분 전시 내용을 할애했습니다.
운전자가 거리의 상점을 손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관련 정보가 스크린에 나타나고 자율 주행 중에 자유롭게 찾은 정보를 활용하는 사용 환경이 그런 예입니다.
예를 들어 자국 내 열리는 전시회의 장점을 살려 스페인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인 세아트는 별다른 설명 없이 자사의 도심형 소형 전기차 Minimo의 콘셉트카를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IBM과 협업하여 레벨 4의 자율 주행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며 제네바 모터쇼보다 한 달 먼저 최초 실물 콘셉트카를 공개해 눈길을 받았습니다.
벤츠도 자사의 전기차 모델인 EQC400의 텔레매틱스 기능을 부각해서 상용차 모델을 전시 부스 내에 배치했고, BMW도 자율 주행 전기자동차의 콘셉트카를 메인으로 부스를 구성해서 참가했습니다.
5G의 효용을 극대화해서 나타내는 서비스로는 게임과 VR, AR도 비중 있게 전시 구성으로 채택이 되어 선보였습니다. 특히 고용량 저 지연 통신 환경의 구현이 가능한 5G에서는 사용자의 디바이스에서 일일이 파일을 처리할 필요 없이 서버를 통해 처리된 화면을 UHD 이상의 고화질로 스트리밍을 통해 즐길 수 있다는 설정의 데모들이 여러 곳 눈에 띄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는 네트워크 성능이 실제로 유저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5G의 환경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좀더 몰입감 있는 고화질의 그래픽을 여러 유저들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됩니다.
VR이 원격에서 외과 의사의 수술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의술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원래 포맷으로 제시되거나, 기존 AR과 융합하여 확장 현실(XR)이라는 방식으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NTT 도코모는 고화질 방송 카메라로 찍은 축구 경기 중계 영상을 다양한 앵글 중에서 사용자가 선택해가며 끊김 없이 관람하는 새로운 방식의 스트리밍 방송을 시연하는가 하면, 다른 곳에 있는 뮤지션과 실시간으로 지연 없이 합주를 하는 시연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장비들도 여러 업체를 통해 선보였습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모바일 엣지 컴퓨팅 방식이었습니다.
기존의 중앙 서버에서 클라우드 서버로 진보된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데이터의 처리를 발생시점에서 가까운 곳에서 바로 처리해서 효율을 높이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엣지 컴퓨팅 방식은 앞으로 다가올 초연결 서비스에서는 성능을 높이는 개념으로 광범위하게 채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과거에는 통신 디바이스의 성느에 서비스 품질이 좌우되었다면, 이제는 통신 성능이 그 틈을 메꿔서 비교적 저 사양의 폰이라도 비교적 만족도 높은 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초청자들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화웨이의 B2B 상담 부스에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마래의 가상 구축 사례가 소개되고 있었는데, 양식장에서 개별 고기의 상태를 고화질의 스트리밍 영상으로 분석해서 관리상 필요한 조치들을 발 빠르게 제공해서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스토리라인으로 구성된 데모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또 몇 곳의 전시 내용을 통해 소개된 안면인식 기술은, 실시간으로 찍은 영상 화면을 중앙 프로세스를 통해 분석해서 결과치를 보여주는 데모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행사장 출입에 별도의 여권이나 ID Card의 확인 없이 카메라를 통한 안면인식이 활용되는 것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충분히 관심을 끌만 했습니다.
행사 목적에 부합하는 스마트폰의 신규 모델들도 다양하게 선보였습니다.
후면 카메라가 무려 5개나 있는 노키아의 신제품이 눈에 띄었으며, 올해부터 프리미엄 폰으로 선보이게 될 접는 화면의 이른바 폴더블폰 모델이 관람객들의 눈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MWC에 5일 앞서 미국에서 별도의 언팩 행사를 가진 갤럭시 폴더블폰과, 이번 행사 기간에 맞춰 처음 공개된 화웨이의 메이트 X가 미디어와 관객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두 모델 모두 유리 상자에 쌓여 직접 만져볼 수는 없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상용화 모델을 먼저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화웨이가 밖으로 접는 아웃 폴딩 방식을 택한 반연, 삼성은 두 개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메인 화면의 가운데를 접는 상반된 타입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연 제품을 직접 만져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OLED의 특성을 살려 폴딩 상태를 펴면 큰 화면으로 변신하는 폴더블폰은 완성도와 접히는 화면 부분의 내구성에 대한 품질 문제의 의구심을 100% 해소하기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디스플레이 사양의 큰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와, 고가 정책으로 인해 극소수만 구매하는 마이너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5G를 지원하는 주력 폰들이 다수 소개가 되면서, 사용 서비스를 앞둔 5G 시장으로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샤오미를 비롯, 노키아, 삼성, 화웨이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부스에는 다양한 5G 폰의 상용 제품을 직접 조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5G 환경으로의 수요 전환이 과거 LTE의 출범 시기 와 비교해서 그리 폭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서 올해 상반기에 시작되는 국내의 5G 서비스 출범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질 예정입니다.
실생활에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활용 사례들을 발굴해서 보다 이해가 쉬운 내용으로 제시하려는 노력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술의 발달이 개개인들에게 어떤 장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해당 기술의 저변을 늘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전시회는 1~8관으로 구성된 넓은 전시 공간을 개최기간 내내 돌아봐도 세부 관람을 다 하기가 어려울 만큼 광대한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업체는 화웨이였습니다.
2년 연속 MWC의 메인 스폰서를 맡고 있는 화웨이는 전시관 곳곳에 테마에 맞춰 다수의 전시 부스를 구성했고, 특히 초청 고객들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통해 심도 깊은 서비스와 제품 소개를 이원화 해서 하는 등 세세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국에게 제제를 받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던 일반대중에게는 MWC에서 느껴지는 화웨이의 건재한 모습은 다소 충격적일 정도였습니다.
불과 몇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해서 작년 기준 매출이 100조 단위를 넘어선 거대 기업으로 놀랍게 변모한 화웨이는 통신 인프라에서 단말기와 솔루션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자사의 제품을 소개하며 이번 MWC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MWC를 주최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는 화웨이에게 부대행사인 ‘MWC 글로모 어워즈(Global Mobile Awards)’를 통해 최고 스마트폰 부문을 포함해 총 6개 부분의 상을 시상하며 이러한 분위기에 정점을 찍게 했습니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부분에서 수상을 놓치며 최종 3개 부분의 수상에 그쳤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대부분 참가 업체가 새로 바뀌는 통신 환경인 5G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과,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무언가 새로운 요소들을 제공하며 강하게 어필하려 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변화 없는 뻔한 아이템으로 참가한 업체들의 무모함에 관람객들은 눈길 조차 주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은 자칫 정체될 수 있는 시장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서 새로운 관심과 수요를 창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MWC 전시회는 5G라는 이미 공개된 환경 변화과 각사의 제품 영역에서 새로움이라는 차별화 요소를 제시하려는 치열한 강박이 지배하는 자리였다고 정의해 봅니다. 내년에 다시 열리는 MWC 전시회에는 또 어떤 새로움이 공개되어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