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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Jun 12. 2020

사무 공간과 나

첫 창업을 하고 사무실에 집기를 들였던 때의 흥분은 잊을 수 없습니다.
뭔가 새로운 나만의 우주가 열린 느낌이랄까.
정작 불면의 수면 지옥 문도 같이 열린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요.  

회사가 조금씩 커지고 사람이 늘어나면서 여러 번 새로운 사무실로 이전을 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때마다 공간을 고르고 채워나가는 일은 힘도 들었지만 매번 의미가 있었고, 동시에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의식과도 같았습니다.  

십수 년 그런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 만들어준 공간을 점유하며 일하는 시간이 되어서야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력이 더해지고 타인이 제공해 준 공간이 일터가 된다는 것은,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중압감 넘치는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올 초 기업이 공개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이제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최근에는 나에게 채찍질을 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또 다른 불면의 밤은 벌써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절이 엄중하여 한 주에도 수시로 낙관과 불안의 경계선이 위치를 옮겨가며 다시 그려지곤 합니다.  

그러나 이십 년이 넘는 업력을 가진 탄탄한 회사의 실체가 있기에, 첫 창업을 했을 때 고스란히 혼자 감당해야 했던 막막함은 없습니다.

주위 여백을 좋은 사람들로 채우고 새로운 도전으로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는 결정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회사 본사 외에 삼성동 아셈타워에 작은 업무 공간을 추가로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불현듯 공간에 얽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물론 이번에 새로 만드는 공간도 회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의미가 되었으면 합니다.  

크던 작던 새로운 공간이 더 생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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