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바퀴로 문화 중심의 위력을 발휘하는 우리나라
콘텐츠의 힘이 대단하네요.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어 전 세계 모든 국가별 드라마 순위에서 1위를 하는 대기록을 세우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 그 주인공입니다.
드라마의 제목을 정치를 비롯한 여기저기에서 인용하는 사례가 다수 보이고(일부는 원래의 맥락을 반대로 이해하고 갖다 붙이기도 합니다만),
극 중 등장하는 ‘설계’라는 단어도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기획이라는 어휘를 대체해서 전지적이고 은밀한 뉘앙스로 설계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듯합니다.
물론 참가자를 '말'이라 칭하며 자발적 참여라고는 하나 불가항력적으로 휘둘리는 판을 짜는 부정적인 어휘로도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설탕과 소다 재료의 뽑기가 틴케이스에 담겨 높은 가격으로 절찬리에 판매되고, 느닷없이 파리에서도 체험해보려는 인파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합니다.
다가오는 핼러윈에는 초록 트레이닝복과 네모 세모 마스크의 핑크 복장이 또 얼마나 온 세계 거리를 매울지 상상해 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발 빠르게 극 중 노출된 여러 소품들이 카피되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넷플릭스도 이를 기회로 여겨 월마트와 제휴한 오프라인 굿즈 매장을 통해 오징어 게임 관련 정품의 출시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리적으로 서구 중심 지도의 제일 동쪽 끝에 자리 잡은 그리 크진 않은 우리나라지만, 문화적으로는 태풍의 눈이 되어 온세계를 휘젓고 있는 문화적 중심 국가라는 생각해 봅니다.
최근 십 수년간 K-Pop이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과 북남미, 심지어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까지 두텁고 높은 로열티를 가진 팬층을 확보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BTS의 팬클럽인 아미는 전 세계를 아울러 대규모 회원을 가지며 신곡이 나올 때마다 빌보드 차트에서의 상위 랭킹을 하는 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된 우리나라의 영화도 꾸준히 그 팬층을 넓혀가며 현지에서 리메이크를 위해 판권이 팔리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국가나 문화적 경계를 넘어서는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장금 같은 전통 사극 장르의 드라마도 원형 그대로 각국에 방영되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가 다양한 문화권에서도 적중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인 바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은 오래전부터 경쟁력 있는 퀄리티와 기획력, 과금 모델을 세상에 선보이며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듭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요와 영화, 드라마와 게임까지 각각 전 세계 문화를 통틀어 중심 역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적 사륜'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네 개의 바퀴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통해 잘 굴러가게 되어, 우리나라가 문화 중심의 위력을 지금처럼 계속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외부로부터의 문화적 흐름이 일방향으로 쏠려 영화계는 국산영화 상영일수를 쿼터로 보호하고, 일본 문화의 수입을 막는 등 폐쇄적인 정책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이 지배적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시장을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넘어서 이제 한국 문화의 흐름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며 그 중심 국가로 부상한 우리나라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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