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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Mar 14. 2022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를 보고

모든 사라져 가는 종이 잡지에 대한 추억

지금 이 시각에도 전 세계 어디에선가 폐간을 앞둔 종이 잡지의 마지막 편집 회의가 열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이 그물처럼 온세계를 장악한 뒤로, 조각조각 파편화되어 포털사이트를 통해 소비되는 뉴스와 기사들로 인해 사람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한 달 혹은 한주 단위의 종이 잡지를 손꼽아 기다리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때는 동네 서점에 발매일을 기다려 ‘학생과학잡지를 사곤 했습니다. 추락한 외계인이나 멀리 외계 행성부터 발명품과 라디오 조립에 이르기까지 장차 이과 지망생이  저의 학창시절을 온통 가득 채웠던 잡지는 아직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소년시대나 어깨동무, 새 소년 같은 만화잡지도 기억납니다.  신년특집 별책 부록은 손에 넣고 싶은 간절한 선물과도 같아서, 세 잡지 모두를 가지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코딩을 시작했던 중학생 시절에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마소) 잡지가 등대와도 같았습니다. 기계어가 암구호처럼 실린 페이지를 실눈을 떠 가며 타이핑으로 옮겨 실행시켰을 때의 마법같이 펼쳐지는 녹색 화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오늘 본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는 바로 그런 잡지 이야기를 다룬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입니다.  그의 전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이 파스텔톤의 몽환적인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상의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는 각 섹션을 담당하는 필진이 펼치는 마법 같은 옴니버스 스토리로 영화를 채웁니다.


발행인이자 편집장 역을 맡은 빌 머레이가 기자들의 글에 대해 결정을 내려가며 마지막 발행본을 결정해가는 장면들은 하나의 잡지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고민의 과정을 온전히 담고 있습니다.

개성 강한 필진들을 어르고 달래며 잡지가 가진 고유한 색깔을 지켜나가는 선장과 같은 역할에 감정이입을 해 봅니다.  비슷한 결정의 갈래길이 매일 펼쳐지는 현실의 회사생활이 떠오릅니다.


손에 잡히는 종이의 질감과 같 인쇄된 특유의 잉크 냄새까지 세세한 기억으로 예전에 즐겨보았던 잡지가 제 기억에 자리 잡은 가치는 늘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면으로만 세계를 접하는데 익숙한 지금 아이들에게는 잡지에 대한 추억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며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영화 장면 장면마다 비중 있는 유명 배우들이 펼치는 짧은 단역 연기가 모여 모여서 완성된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

평일 늦은 저녁 모처럼 푹 빠져 휘리릭 지나가는 시간의 왜곡장에 빠져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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