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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Apr 06. 2022

영화 조조 래빗을 보고

꼬마 나치 독일인의 시선으로 전쟁을 바라본 영화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비교적 최근작 조조래빗을 봤습니다.  

(요새는 스칼릿 조핸슨이라고 표기를 합니다만 저는 왠지 원래 부르던 스칼렛 요한슨이 더 친근합니다.)


우리나라에는 2020 2 5 개봉이 되었고 극장에서  10  남짓이 보는데 그쳤습니다만, 다행히 여러 OTT 서비스를 통해 방영이 되고 있어서 놓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막 종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시기, 독일을 배경으로 만 10살을 갓 넘은 주인공 조조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조 역을 맡은 영국 아역 배우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의 천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기가 매우 뛰어나서 앞으로 활약이 기대됩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남편이 전쟁으로 집을 떠난 후 아들을 혼자 키우는 엄마 역으로 나옵니다. 다소 엉뚱하면서도 쾌할하고 모국인 독일의 나치가 주조하는 불합리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올바른 가치관으로 중심을 잡고 사는 주도적인 여인입니다.

나치에 선동이 극에 달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들 조조가 히틀러를 마치 환상 속의 친구처럼 맹종하는 것을 보면서도 다그치지 않고 지켜보면서 아들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습니다.


그토록 원하는 나치 캠프에 가지만, 토끼  마리  죽인다고 겁쟁이라 놀림을 당하는 조조. 그래서 얻은 조롱 섞인 별명이 조조 래빗이지만,  마저도 환상  친구 히틀러의 용기로 극복하는 맹목적인 꼬마 나치 추종자이기도 합니다. ​


영화 속에서 스칼렛 요한슨이 항상 리곤 하는 아들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선동과 광분으로 얼룩진 전쟁의 광풍 속에서 어른들이 심어놓은 아들의 잘못된 생각을 인내하며 차츰 바로잡아주려는 엄마의 모성애를 나타낸 장면들로 생각됩니다.

유대인을 독일인들을 잡아먹는 뿔 달린 괴물로 묘사하며 주입식으로 선동하고 가르치는 어른들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주인공 조조.


엄마가 2층 벽속에 몰래 숨겨 준 유대인 소녀 엘사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어린 조조가 그동안 가졌던 믿음과 국가관에 균열이 생기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를 이룹니다.


괴물로 알았던 유대인 엘사에게 차츰 동질감과 애정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끝내 좁히기 어려워하며 갈등하는 조조의 고민이 귀여우면서도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합니다.

가장 친한 뚱보 친구 요키와 나누는 일상의 대화도 히틀러를 우상으로 여기며 나치에 세뇌당한 폐해를 그대로 드러납니다. 후반부에 살아남아 반갑게 포옹하는 어린  친구들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변함없이 간직한 우정으로 전후 인간성을 회복하고 일상으로의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조조와 전쟁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유태인 소녀 엘사가 마지막 장면에서 함께 춤추는 장면은, 희망과 처연함이 함께 느껴지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

전후 60년이 지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돌아보면, 전쟁만큼은 다시  땅에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게  봅니다.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 군인에 의한 무고한 민간인들의 학살 뉴스를 접하고는 더더욱 그런 마음이 간절하게 듭니다.

어른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벌어진 전쟁 때문에 어그러진 일상을 동심 어린 꼬마들의 눈으로 역설적인 유머를 섞어 그려낸 영화 조조 래빗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여운이 가시기를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봐도 좋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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