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제도, 우버와 적기 조례

다임러와 벤츠가 앞선 이유에서 찾는 제도의 혁신 필요성

by 최종신

혁신과 제도의 관계는 갈등이라기보다 선도와 후발의 시간차를 둔 견인 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바뀌면 그로 인해 수많은 혁신을 이끌어낼 수도 있고, 반대로 앞선 혁신이 제도의 개선을 압박하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처음 증기기관으로 자동차를 만든 영국의 경우에는 기존 마부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최고 속도를 시속 3~6Km로 제한하고 운전사 외에도 붉은 깃발과 등으로 다른 마차나 자동차의 접근을 경고하도록 이른바 적기 조례(Red Flag Acts)를 만들었습니다.

30년 넘게 지속된 영국의 이 법규는 후발로 가솔린 엔진을 만들어 자동차의 전성시대를 연 다임러와 벤츠의 나라 독일에게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내어주게 됩니다.

제도가 혁신과의 격차를 조금만 더 줄였더라면 영국이 훨씬 더 앞선 자동차 산업의 종주국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 불고 있는 공유경제는 그런 면에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특히 우버로 대변되는 운송 분야에서의 공유경제 모델은 기존 운수 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지구촌 곳곳에서 갈등의 요인으로 지목되곤 합니다.

하지만 우버의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오랜 전동을 지닌 택시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이제 대중들의 생활 속에 유효한 교통수단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가 우버가 지닌 혁신의 폭발력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쫒아가고 있는 상황을 목도하게 됩니다.

우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ICT 산업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 시가 우버 기사들에게 지난주 영업면허 요구를 발표했다는 소식입니다.

그간 우버 기사의 지위를 두고 고용인과 개인사업자라는 엇갈린 주장을 두고 캘리포니아에서는 법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우버는 플랫폼 사업자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인이라는 판결이 굳어질 경우, 사업 모델에 대한 전반적인 변경이 불가피하게 되므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와중에 샌프란시스코가 세수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개인사업자로서의 면허를 요구하고 나서자, 우버는 즉시 수용의 의미로 준수의사 발표를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세수는 약 340만 달러 수준으로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만, 상징적으로 우버 기사가 제도 안에서 특정 지위를 규정받게 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 질서에 반하는 새로운 모델이 대중들에게 호응을 얻게 되는 최근 몇 가지 두드러진 기술적 혁신의 사례는 핀테크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서비스의 서버가 지리적으로 국내에 있어야 한다든가 하는 기존의 제도 안에서 운신의 폭을 조금씩 넓혀 가며 종국에는 제도의 혁신까지 드라이브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려되는 것은 전 세계 시장에서의 제도 개혁 속도에 뒤쳐진 국가가 겪어야 하는 상대적인 열세를 만회하기에는 기존보다 몇 배 더 큰 혁신의 에너지가 소모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다임러와 벤츠에게 자동차 산업의 도화선을 당길 자리를 내어 준 영국의 적기 조례의 사례는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