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하다.
한국 현대건축을 관통하는 두명의 대들보를 꼽자면 김중업과 김수근을 떠올리게 된다.
김수근의 설계사무소에서 생전 그의 사사를 받았던 승효상 선생은 아직 활발한 현역으로서 활동과 저술을 왕성하게 전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서울시의 초대 총괄건축가를 맡으며 도시의 정의를 규정해나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담론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그 중 현재 차로 중간에 섬처럼 격리된 광화문 광장의 변화는 아직도 미완인 상태로 격론의 주제가 되고 있다.
승효상의 신문 기고 컬럼을 모아 지난 해 가을 펴낸 책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를 주말에 집어들었다.
책에는 함께 김수근 문하에 있던 한예종 교수였던 고 이종호 교수가 제주행 배에서 투신해서 생을 마감한 것과 세월호, 공간 사옥의 매각 등에 대한 그의 사견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보통 원로가 펴내는 책에는 두루뭉실하게 모나고 예리한 개인적 평가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논란을 자초하는 것에서부터 우회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건축에 대한 관록있는 원로의 사색과 함께 그가 이야기하는 힘있는 사회적 비판의식을 함께 엿볼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경우라는 생각이 든다.
스승인 김수근 선생이 생전 군사정권과의 관계로 인해 비난받는 세인의 시선도 무심한 듯 내용에 있어 조금 놀라기도 했다.
무엇보다 스승의 사후, 스스로가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하여 자기 색채를 찾는 처절한 고심의 시기를 겪었다는 진솔한 자기 고백은 숙연한 공감이 들게한다.
이제 선거철의 서막이 올랐다. 승효상의 염려대로 정치인과 기업의 공동 이익으로 우리의 도시에 또 어떤 무원칙적인 건축 프로젝트가 공약될 지 잘 살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