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인력풀과 채용에 대해 아주 잠깐이나마 들여다 볼 기회가 있은 뒤, 선두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최대의 IT기업 구글의 CHRO(최고인적자원담당임원)인 Laszlo Bock이 지은 책 Work Rules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글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 최고의 인력을 모아 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서술한 책이어서 제 호기심에 대한 해답을 얻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구글도 초기에는 스탠퍼드 대학원생 2명으로 시작해서 상당 기간 이익이 나지 않는 시기가 있었기에 처음부터 고액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매력적인 무기로 인재들을 끌어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초기 참여한 멤버들의 경우에는 기존 연봉을 반이나 삭감하면서 합류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도 GE에서 구글로 이직을 하자, 상급자로부터 갔다가 잘 안되면 다시 오라는 위로를 받으며 옮겨왔다는 내용이 책에 언급되기도 합니다.
책 내용 중에서 톨스토이의 소설인 안나 카레니나 중에서 '행복한 집은 사는 모습이 저마다 비슷하다. 그러나 불행한 집은 불행한 이유가 제 각각이다.'라는 문구를 인용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 문구는 잘되는 기업들에는 무언가 공통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유추하게 되고 인력 채용과 운영에 대해 기존 기업들 중에서 성공적인 케이스를 벤치마킹하려는 구글의 노력이 여러 케이스로 소개됩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acquihire로 불리우는 재능 인수에 대한 전략을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라즐로는 보통의 인력을 뽑아 기업 내에서 교육 훈련비를 쏟아 부어 훌룡한 인재로 키워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론을 모든 인력 관련 정책의 기저에 깔고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훌룡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과가, 교육 훈련비에 대한 그 것 보다 훨씬 더 크다는 원칙을 세운 것입니다.
따라서 들어오는 이력서를 선별해서 채용한 뒤 구글 캠퍼스에서 교육 훈련을 시켜 육성하는 기존의 HR 역할론을, 마치 외부의 서치펌이 하는 것 처럼 잠재적인 우수 인력을 사전 컨택해서 몇 년이고 공을 들여 구글로 데려오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는 과정을 이 책에서는 자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M&A에 의해 특정 서비스를 인수한 뒤에, 구글이 곧바로 그 서비스를 중단 시키고 인력 중에서 핵심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고하는 정책은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업에 대한 M&A가 아니라 인력을 데려오기 위한 인수 전쟁은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리딩 기업들이 모두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이 외에도 구글이 그 간 진행해 왔던 인력 관련 전략에 대한 거의 모든 부분을 그 시행착오의 과정등과 함께 서사적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조직 운영에 관심이 있거나 고정 설비 없이 사람만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IT 기업 관련자라면 한번 쯤 읽어봐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 책의 분량이 꽤 되어 완독을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말씀을 미리 드려봅니다